한나라당이 29일부터 이틀동안 국회에서 당선자 연찬회에 들어간 가운데 당 해산과 새 정당 창당론, 정체성 재정립 등의 문제를 놓고 당선자간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박근혜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당의 정체성과 개혁 문제 등이 논의될 현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것 아니면 저것이란 입장을 보이기 보단 이것과 저것을 함께 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박세일 당선자는 강연문에서 "과거 부정적 이미지와 단절하고 미래 희망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한나라당을 법률적으로 해산하고,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당선자는 또 "법률적 단절은 하지 않으면서 전당대회에서 당명, 당 강령, 정강정책 등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자는 특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 공동체주의, 실용주의적 개혁주의를 핵심적 가치로 하는 '개혁적 보수', '중도보수' 또는 '21세기 신보수'가 앞으로 지향해 나가야 할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일부 수도권 의원 등은 기자들과 만나 변화 차원에서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데 반해 영남 중진 의원들은 확고한 위치와 역사를 가진 한나라당이 왜 해산해야 하냐며 반대했다.
수도권 출신 심재철 의원 등은 당 정체성 논란과 관련, "달라진 국민들의 변화에 적응키 위해 한나라당을 왼쪽으로 이동시킬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김용갑 의원 등 보수 중진 의원들은 왼쪽이 아닌 바른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고 맞섰다.
특히 지도체제 논란과 관련해 홍준표 의원 등은 "박 대표의 지론이 집단 지도체제였다"며 개편할 것을 요구했고, 소장 개혁파 의원들은 "정권투쟁으로 비칠 우려가 있는 만큼 아직은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날 연찬회에서 국회의원의 부정부패와 비리를 막고 깨끗한 정치실현을 위해 내달까지 당선자 121명 전원의 자산을 금융기관에 신탁키로 했다.
또 17대 국회가 개원되면 다른 정당들과 협의를 통해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에 대해 당선 또는 임명 직후 모든 자산을 금융기관에 위탁해 관리토록 하는 자산신탁제도를 입법화하기로 했다.
당선자들은 이날 연찬회에서 당의 이같은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30일까지 이에 대한 동의서를 작성, 당에 제출키로 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17대 총선 과정인 지난 5일 국회의원 자산신탁제 입법화를 공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