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를 지시한 이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7일 여름철에 주택용 전기요금을 전기요금을 경감해주기로 했다. 당정은 7일 국회에서 폭염대책 회의를 열고 주택 전기요금 1·2단계 누진제의 상한선을 각 100㎾ 올리기로 했다. 현행 누진제는 전력 사용량이 200㎾h 이하인 1구간에 1㎾h당 93.3원을 적용한다. 2구간(201∼400㎾h)은 187.9원을, 3구간(400㎾h 초과)에는 280.6원을 각각 부과한다.
당정 협의에 따라 1단계 상한은 200㎾h에서 300㎾h로, 2단계 상한은 400㎾h에서 500㎾h로 올라간다. 이를 적용하면 전기료 인하 총액은 2761억원에 이르고, 가구당 19.5%가량 요금 부담이 감소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누진제 한시 완화에 따른 혜택은 전력 사용량이 기존 누진제 2구간에 속하는 가구에 집중됐다. 정부는 2구간 이상에 속한 1천512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7∼8월 가구당 평균 1만원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도시 거주 4일 가족 대부분의 가정은 평상 시에도 평균적으로 350㎾h 정도는 사용한다. 요즘 같은 폭염에서는 500㎾h가 넘는 가구가 쏟아질 게 분명하다.
이번 대책만으로는 현행 누진제 틀 안에서 구간완화 정도로는 ‘요금 폭탄’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평소 400㎾h 이상의 전력을 사용하는 가정에서 한달 내내 에어컨을 매일 8시간씩 켜면 20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누진제 완화로 소요되는 2761억원은 고스란히 한전의 부담이다. 가뜩이나 적자를 보고 있는 한전으로서는 난감하기는 하다. 그러나 정부가 ‘전기 요금 폭탄’에 대한 국민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이날 발표한 대책은 19% 인하효과라지만 실제적으로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국민들의 지속적인 누진제 개선 요구에도 불구하고 질질 끌던 정부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내놓은 대책은 ‘땜질 처방’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주를 이룬다. 특히 7~8월 한시적인 대책에 불과하다.
누진제 자체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여전히 요금 폭탄을 피할 길이 없는 게 현실이다. 40여 년 지속된 가정용 소비 억제만으로 전력 수급의 안정을 꾀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구시대적이고 편의주의적이다. 가뜩이나 1인가구가 증가하고, 에어컨이 생활필수품으로 일반화하는 등 사회적 변화를 감안한 합리적 대안이 나와야 한다. 전기요금을 찔끔 내리는 땜질식 대책보다는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는 수준의 대책을 강구하는 등 개선책 마련에 나서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