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술을 좋아해서 그렇지는 않을 텐데 우리나라의 법은 술에 취해 저지른 범죄에 지나치게 관대하다. 조두순은 2008년 12월 안산시에서 8세 여아를 강간, 상해하는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름으로써 한 사람의 일생을 망가트렸고 그 가정을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었다. 사회에도 큰 충격을 줬다.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그런데 재판부의 최종판결은 12년 형이었다. 만취에 따른 심신장애 상태를 인정하는 주취경감을 적용한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 끔찍한 사건이 ‘술 마시고 친 사고’라는 것이다.
그리고 흉악범인 조두순은 오는 2020년 12월 3일 출소를 앞두고 있다. 이에 청와대 게시판에는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 참여자 60만명을 넘었다. 그러나 이미 처벌받은 죄목에 대해서는 다시 죄를 물을 수 없는 ‘일사부재리’ 원칙으로 인해 재심이 불가능하다. 청와대 게시판엔 음주 범죄 감형을 없애 달라는 청원이 지금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음주자들의 주취 폭행 등 범죄는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응급실에선 술에 취한 환자가 의료진을 폭행하고 난동을 부렸다. 망치로 의료진을 위협하거나, 시너를 뿌리니 후 불을 지르고, 철로 된 트레이로 의사의 뒷머리를 가격하기도 했다.
자신을 도와주려고 급하게 달려온 여성 구급대원을 때려 숨지게 하는 일도 생겼다. 법 집행자인 경찰을 구타하는 사건도 자주 일어나고 있으며 택시기사를 폭행해 숨지게 한 일도 발생하고 있다. 죽음을 당한 기사에게는 아내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 자녀 둘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주취범죄자가 활개 치는 세상이다. 실제로 경찰청이 최근 발간한 ‘2017년 범죄통계’를 보자. 지난해 발생한 전체 범죄 166만2천341건 중 30%에 가까운 48만3천741건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른 범죄였다.
법은 가해자의 입장이 아니라 억울하게 당한 사람의 입장에 서야 한다. 술이 취했다고 모두가 심신이 미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충동적이고 과격해지기 일쑤여서 위험을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주변인들은 더욱 불안해한다. 독일과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주취범죄를 가중처벌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홍철호 의원(자유한국당)이 술에 취해 범죄를 저질렀을 때 형의 면제나 일부 감경하는 현행 형법을 고쳐야 한다는 형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취 범죄에 오히려 벌을 더 줄 수도 있는 조항의 신설도 있다. 찬성한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법 개정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