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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곤증

/유 희

비켜갈 수 없는 절벽이다

우회할 수 없는 막다른 길이다



자전의 중심으로 빨려 드는 무기력증

이승과 저승 사이에 휘청이는 갈대인 듯

연옥의 나루터에 출렁이는 뗏목인 듯

나를 잊고 너를 모르는 무뇌의 동상인 듯



감당할 수 없는 무게에

까무러지는 순간이다

먹물 번지듯 세상이 어둡다

돌아갈 길 잊는 몽환의 순간이다

한 방울 욕정欲情마저 산화하는 순간이다



블랙홀 입구에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내가

있다가 없다

없다가 있다



-유 희 시집 ‘틈새’

 

 

 

 

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난센스 퀴즈다. 가볍게 웃어 넘기는 말이긴 하지만 사실 내려앉는 눈꺼풀의 무게란 가히 감당할 수 없이 무거운 것이다. 어느 일터에서나 식사시간은 즐겁다. 그리고 그 이후에 찾아오는 근무시간은 나른하다. 소화기관의 포만감으로 인해 밀려들어 오는 잠, 시인은 그러한 식곤증에 빠지는 우리의 그 순간을 비켜 갈 수 없는 절벽이며 우회할 수 없는 막다른 길이라 한다. 그 앞에서 갈대인 듯 뗏목인 듯 동상인 듯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무기력을 확인하며 까무러지기도 하는 블랙홀, 그와 같은 입구에 내가 있다가 없고 없다가 있는,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증상이다, 하지만 한 방울 욕정마저 산화시키는 몽환 같은 그 시간은 그저 모든 것 다 잊고 잠깐의 스트레칭을 하거나 정신을 환기하라는, 내 몸이 내 몸을 생각하는 배려다. /서정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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