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이난희
네 살 아이가 라면을 먹는다//두 눈까지 흘기며
결연한 다짐이라도 하겠다는 듯, 뚝 면발을 끊는다
집게손가락은 정오의 태양을 찌른다
-쟤가 안 비켜 줘요
밥상의 위치는 아이 혼자 힘으로 이룬 영토
그러니까/비켜서지 않아도 될 아이의 권리
밥상을 지켜 내려는 천진한 저항에
태양은 문지방을 넘지 못했다
잔뜩 배부른 아이는 햇살을 베고 낮잠에 들고
- 이난희 시집 ‘얘얘라는 인형’ 중에서
아이들에게는 선거권이 없어도 분명 주권은 있다. 주권은 한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으로써 최고의 절대적 힘과 자주적 독립성을 가진다. 시인은 네 살. 어린 아이가 라면을 먹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하나의 시적 모티브를 얻어 낸다. 밥상이라는 작은 영토에 거대한 태양을 끌어들여 어린아이의 밥상 영토를 지키게 하는 기발한 발상 참으로 경이롭다. 결국 ‘태양은 문지방을 넘지 못했다’라며 거대한 정부라도 사회적 약자의 주권은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암시하고 있다. /정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