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참사에 이어 소득 분배가 10년 만에 최악이라고 한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의 정책기조는 그대로 밀고 나갈 태세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일자리 등 경제 문제에 대한 우려가 많지만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진단했다. 고용률과 상용 근로자 수 등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성장률도 지난 정부보다 나아졌고, 가계 소득도 전반적으로 높아졌으며, 상반기 수출도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올바른 경제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하성 정책실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고용 충격’, ‘양극화 심화’라는 경제성적표에 거듭 송구하다면서도,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과 가계에 정당한 몫만큼 돌아가게 하는 성장이 되어야 하며 이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아니라면 다시 과거 양극화의 고통을 가져 온 방식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최저임금뿐 아니라, 기본 생계비를 내리고 복지를 확대해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을 늘려주는 여러 정책들이 망라된 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장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경제참모들의 경질을 요구하고 있다. 원로 경제학자들마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비판한다. 그러나 청와대나 여당, 정부 모두 잘못을 시인한다거나 자성하는 목소리는 없다. 툭하면 이전 정부 탓이나 하고, 변명과 둘러대기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당장 곤란한 상황만 넘기자는 식이다. 3개월 전, ‘1분기 가계소득 동향’이 발표됐을 때도 하위 20% 가계 소득은 8% 줄어든 반면 상위 20%는 9.3% 늘어난 결과가 나왔다. 청와대 경제라인은 “소득분배 악화는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인구구조 변화, 자영업 구조조정과 건설경기 부진 등의 영향 때문”이라는 주장을 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며 “분배 악화가 최저임금 때문이라는 진단은 성급하다”고 했다. 이 발언은 26일 신임 통계청장으로 임명된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청와대에 제출한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정권 지지율까지 떨어지는 마당에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지지층 반발도 두려울 것이다. 하지만 ‘오기’로 밀어붙이다가는 오히려 우리 경제와 나라살림에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수정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