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심재휘
객선의 잦은 접안이 짧았고 이별은 가벼웠다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섬사람의 귀가와
바다를 등지고 구부정한 집들이 모여
칼이 빠져나간 자리인 듯 골목이 깊었다
그러니까 심장을 깊게 찌를 칼을 뽑으며
누군가 뒤를 돌아보지 않은 날이 있었다
배를 타고 섬을 떠나며 바다에 칼을 버린 날이 있었다
가을볕에 말라가는 백일홍부터
나무가 나무에게 건네는 흔들림까지도 모두 골목인 섬
아무나 마을 가운데로 쉽게 들어갈 수가 없고
찔린 마음이 쉽게 흘러나올 수도 없는 섬
한나절 머물렀던 우도를 떠나며
아물지 않는 골목들에게 미안했다 사람들은
제 심장 한 편에 우도가 자라고 있는 줄 몰랐다
-시산맥 / 2017·겨울호
아, 우도에 갔는데 저걸 못 보았다. 칼에 찔린 듯 깊은 골목의 구부정한 집들을 못 보았다. 심장에 파고든 칼이 있어도 바다에 버릴 생각을 못 했다. 바다를 휘도는 전기자동차를 타고 희희낙락 파도처럼 깔깔거리기만 했다. 서빈백사의 하얀 모래에 마음을 씻어보겠다고 우르르 내달리다 왔다. 검멀레 해변에 앉아 스산한 날들의 기억만 묻어두고 왔다. 시인은 평범한 일상, 흔한 풍경도 새롭게 볼 줄 아는 심안(心眼)이 있어야 한다는데 우도에서 저런 감성을 꺼낼 수 있는 시인의 감각이 부럽다. 여행지에서 순간적으로 스쳐버리는 풍경이나 마을의 이면은 의외로 관찰자와 상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는 쉽게 섬에 접안하고 가볍게 이별하지만 저 마을 안쪽에 내재된 우여곡절들을, 그들의 신산하고 아픈 삶들을 애써 외면해온 건 아닐까? 제 심장 한 편에도 우도가 자라고 있는 줄 모르고. /이정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