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풀
-이별-
/문효치
그때 어둠은 왔지
으아리꽃이 왔다가 가고
어둠은 내 살 속으로 뚫고 들어왔어
어둠이 오는 소리는
천둥소리 같았어
어둠이 오는 소리에
잎사귀들이 모두 떨어지고
몸은 마구 아팠어
지구를 흔들면서 왔어
그때 어둠은 왔지
어둠의 덩어리들은 와서
내 몸에 뿌리를 박은 채
피를 빨고 있었어
때로는 총이고 칼이었어
나를 뚫고 베었어
풀꽃을 통해 세상살이를 느끼고 만날 수 있는 재미까지 쏠쏠한 문효치 시인의 풀꽃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는 시집 ‘모데미풀’에서 필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별’의 부제를 달고 있는 ‘송이풀’이었다. 어디서나 흔하디흔하게 볼 수 있는 풀꽃 하나에서 이렇듯 장엄한 아픔을 체취한 시인의 혜안이 놀라울 뿐이다. 이별은 아픔 중에서도 가장 큰 아픔이다. 얼마나 아팠으면 지구가 흔들리고, 매일 마주하는 어둠은 천둥소리를 내고, 그 소리에 세상의 모든 잎사귀들은 떨어지고, 또 어둠은 덩어리가 되어 “내 몸에 뿌리를 박”고 온 몸의 피를 빨고 있다. 고 쓰디쓴 독백을 한다. 피는 생명이다. 멀어져가는,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은 피를 다 쏟아내고 생명을 잃을 것 같은 아픔이며 절망이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리고 “때로는 총이고 칼이었어” 이보다 더 아픈 표현이 있을까? 이것이 서정시의 참 맛이다. 이 대목에서 독자는 두 눈을 감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망연해진다.
/이채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