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9일은 경술국치 108주년을 맞은 날이었다. 8·15 광복절과 3·1절은 모든 국민이 기억하지만 경술국치일은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지나간다. 경술국치일은 일제가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빼앗은 날이다. 1910년 이날 한일병합조약이 강제로 체결·공포됐다. 이 후 1945년 일제가 항복 선언을 하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주권을 완전히 탈취했다. 그에 앞서 1905년 강제적인 을사늑약을 통해 외교권을 빼앗고, 1907년 한일 신협약을 맺어 군대를 해산시키는 등 국권을 찬탈하기 위한 작업은 차근차근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그리고 강제 병합 후에도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목숨을 걸고 저항했지만 결국 나라를 잃고 말았다. 이때에 매국노 친일파들이 득세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이완용이다. 당시 총리대신이었던 이완용은 우리나라 통치권을 일본 천황에게 넘긴다는 내용의 한일합병 조약안 통과에 앞장섰다. 친일파들은 민족과 국가를 배신하고 일제에 충성한 대가로 호의호식했다. 이 무리들은 해방이 되고 나서도 척결되지 않았다. 후손들까지 경제, 문화, 교육, 정·관계 등을 장악하며 대대손손 잘살고 있다.
반민특위가 친일파를 제거하려고 했지만 이승만정권의 방해로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하고 해체됐다. 반면 프랑스는 나치 협력자 수천 명을 처형했으며 중국과 대만도 상당수의 친일파를 사형시켰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을 죄과대로 벌하지 못했다. 오히려 일부는 순국 애국지사나 국가 유공자들이 잠든 성스런 장소인 국립묘지에 묻혀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애국선열들께서 생전에 같은 하늘을 이고 살기 싫어했던 친일매국노들이 어찌 함께 묻혀 있단 말인가? 이는 애국지사를 모욕하는 것이다.
이에 국회 교육위원장인 이찬열 의원(바른미래당, 수원시 갑)이 최근 친일반민족행위자를 국립묘지 밖으로 이장하는 내용의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5일 권칠승 의원(더불어민주당, 화성시 병)도 친일 행위를 했음에도 이후 공적을 이유로 국립묘지에 안장된 인사들의 국립묘지 밖 이장을 강제해야 한다는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권 의원은 “서울과 대전의 국립현충원에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을 통해 규정한 친일 인사 중 63명(서울 현충원 37명, 대전현충원 26명)이 안장돼 있다”고 밝혔다. 내년은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치욕의 역사가 중단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