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팔달구 매교동 좁은 골목 오래된 건물 3층에 수원제일평생학교라는 곳이 있다. 1963년 수원제일야학으로 시작, 지금까지 55년 동안 졸업생 6천여 명을 배출했으니 그 공로가 크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운영되는 건 마찬가지다. 건물에 불이 나 학교가 순식간에 사라지자 고등동성당 교리실 등을 전전하기도 했다. 이후 교사와 졸업생·재학생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으고, 일일 찻집을 열어 마련한 500만 원으로 수원 평동 개척교회의 한 층을 빌려 다시 학교 문을 열었다. 2011년부터는 수원 매교동의 한 오래된 건물 3층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야학의 학생층도 변화했다. 1980년대까지는 돈이 없어 정규 중·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청소년과 청년들이 대다수였다. 1990년대에는 낮엔 일하고 밤에 공부하러 오는 근로 청소년들이 많았다. 그런데 2000년 이후로는 학령기에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한 60~70대가 급증했다. 지난 8월31일 열린 수원제일평생학교 졸업식에서도 이런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졸업생은 초·중·고등학교 학력을 인정받은 48명이었는데 최연소 졸업자는 30살(초등과정), 최고령 졸업생은 77살(고등과정)이라고 한다. 배움엔 나이가 없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쇠퇴해져 공부가 힘들다. 늦은 나이에 학업에 뛰어든 이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박수를 받아야 할 사람이 또 있다. 박영도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이다. 현재 재학생은 250여 명인데 교사 48명이 재능기부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모두 훌륭한 선생님들이다. 특히 박 교장은 1995년부터 이 학교를 지키며 배움에 목말랐던 사람들의 갈증을 풀어줬다. 박 교장은 지난해 ‘평생교육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세계평생교육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인물이다. 대학 2학년 때인 1979년 첫발을 들여놓은 뒤, 야학교사 생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제자가 3천500여 명이나 되니 ‘야학(夜學)의 산증인’이라고 할 만 하다.
71살에 수원제일평생학교에서 한글 공부를 시작한 노인이 쓴 “술만 마시면 글 모른다고 구박하며 주정하는 남편 눈치에 하루에도 몇 집을 다니며 평생을 도배장이로 살았다. 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까막눈 할머니가 지금은 제일 행복하다”는 글이 이 학교의 존재 이유다. 그러나 현재 학교의 학습환경은 노인들에게 불편하다. 경기도나 수원시, 또는 지역 기업들이 학습공간을 지원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