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엉 1
/권혁재
가뜩이나
작은 체구의 흐엉이
유골 상자에 담겨
더 가벼워졌다
오래 견딘 중독증에서
수은처럼 차가운 죽음이,
납빛 살갗을 태우고
세 시간 만에
투명인간이 되었다
세 시간이면 갈 수 있는
야자수 빽빽한 흐엉의 외딴 집
긴 잠결에
유언도 없이
깃털 같은 발걸음으로
흐엉이 떠나갔다
-시집 ‘안경을 흘리다’
외국인 노동자수 100만 시대, 우리의 3D업종이나 사양산업, 건설업과 농축산업에 까지 그들이 아니면 이제 우리 산업의 동력은 주저앉을 지경에 이르렀다. 낯설고 물 설은 타국에서 그들이 겪는 고통과 설움에 동참해 함께 아파하며 시로 형상화해온 시인의 시선이 뭉클하다. ‘흐엉’! 이름만 들어도 베트남여인이 분명한, 온갖 궂은일과 냉대 속에서 살았을 그녀는 수은중독으로 한 줌 재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간다. 부당한 작업환경과 문화적 배타성, 타 민족에의 우월감으로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우리는 대체 누구던가. 중동의 건설현장에서, 더 거슬러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일터에서 막장 같았던 눈물겨운 삶의 주인공은 누구던가. 우리의 자화상이 그들이건만 이제 조금 먹고 살만 하다고 그들의 인권을 무심히, 참혹하게 짓밟는 건 아닌가. 세상 끝으로 내몰린 저 처절한 디아스포라! 깃털 같은 주검으로서만 고향집으로 갈 수 있는 ‘흐엉’이 내 잠 속까지 따라와 납빛으로 울었다. /이정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