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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천천히 수원화성 걸어보세요”

소설가 김남일의 고향 수원화성
다시 돌아온 후 감정들 서술
“욕심없이 완주땐 많은 것 보여”

 

 

 

소설가 김남일 에세이. 출판사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 17번째 책이다.

1983년 ‘우리 세대의 문학’으로 데뷔한 이후 35년 동안 왕성한 필력을 자랑해온 김남일 작가가 자신의 고형이기도 한 그곳을 작심하고 둘러 걸은 기억이자 촘촘한 기억물이다.

정조의 효심이 탄생시킨 ‘조선 후기 최대 신도시’인 ‘수원 화성’을 작가의 보폭에 따라 글로 걷는 내내 든 생각은 역시나 ‘걷기’는 정보가 아니라 ‘이야기’라는 확신이었다.

작가는 아직 살아 계신 아버지의 근 100년 삶이 묻어 있는 도시 수원의 화성을 정확한 정보와 정직한 감정으로 샅샅이 훑어낸다.

팔달산, 서장대, 화서문, 방화수류정, 동문, 남수동, 화성행궁, 남수동, 구천동, 양키시장 등 현장 기록을 꼼꼼히 담았다.

“비 오는 날, 혹은 벚꽃잎들이 눈처럼 펄펄 날리는 날, 한번쯤 그곳을 찾기를. 수원에, 화서역에, 서호에 어떤 연고나 기억이 없더라도 상관없으니, 그저 호수 둘레를 따라 천천히 걸어보시라. 그러다가 공원 안쪽에 자리잡은 커피숍에 들러 카푸치노 한 잔을 시켜놓고 비 내리고 꽃잎 나리는 창밖을 바라본다면, 그것 자체가 새로운 기억이 될지 모른다.”

나고 자란 곳이라 발이 닿는 곳마다 저절로 불려나오는 기억들은 ‘그’라는 사람을, 나아가 그 시절을 그곳에서 함께 살아냈을 사람을 우리 앞에 살려내기에 충분했다.

수원에서 나고 자란 그이지만 제 나이 예순이 넘어서야 온전한 화성 일주를 시도했듯, 그의 비유대로 숲에 있을 때 숲이 잘 보이지 않듯, 고향을 한참 떠나온 후에 다시 들어가 돌아보게 된 고향 곳곳은 이제야 뭔가 말이 되고 궤가 맞는다는 듯 그에게 ‘이해’라는 고개를 끄떡거림을 자주 행하게 한다.

“화성 일주에 어떤 원칙 같은 건 없다. 아무데서나 시작해도 좋고, 어디서 끝마쳐도 상관없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일주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그리고 완주에 대한 욕심을 거두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보게 되리라는 것.”

/정민수기자 j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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