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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서 잠자던 수원화성 비밀 고국 200년 후손에 눈을 뜨다

 

 

 

 

 

수원시, 프랑스 소장 ‘정리의궤’ 13책 복제본 공개

수원시가 프랑스 국립도서관과 국립동양어대학 언어문명도서관이 소장한 한글본 ‘정리의궤(整理儀軌)’ 13책 복제본을 국내 최초로 제작해 17일 일반에 공개했다. 2016년 7월 언론보도로 한글본 정리의궤 13책이 세상에 알려진 직후부터 정리의궤 활용방안을 모색한 수원시는 2년 3개월 만에 ‘국내 최초 복제본 제작’이라는 결실을 거뒀다. 17일 염태영 수원시장은 “복제를 위해 정리의궤를 소장한 프랑스 기관을 설득하고, 촬영·실측을 위해 프랑스를 오가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면서 “지난 2년 3개월 동안 수많은 전문가, 시민, 기관이 노력하고 헌신한 덕분에 오늘 이 자리에 한글본 정리의궤 복제본이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6년 한글본 ‘정리의궤’ 언론보도
수원시, 활용방안 모색후 복제본 결실

프랑스 국립도서관 등 13책 소장
수원시 “설득하고 촬영 오가며 헌신”

정두희 영남대 교수 직접 채색본 모사
이운천 능화판 제작… 한지장인도 참여
순수한 전통기법으로 복제본 완성

오늘부터 수원화성박물관서 시민 공개

 

 

 

 

■ 프랑스 국립도서관·국립동양어대학 소장 한글본 ‘정리의궤’ 복제 완료

수원시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채색본 1책과 프랑스 국립동양어대학 언어문명도서관이 소장한 12책의 복제를 최근 완료했다. 17일에는 시청 상황실에서 결과보고회를 열고, 완성품을 공개한다.

한글본 정리의궤(원이름 ‘뎡니의궤’)는 ‘현륭원 의궤’, ‘원행을묘정리의궤’, ‘화성성역의궤’ 등을 한글로 종합 정리한 의궤로 국내에는 없는 판본이다. 현존 한글의궤 중 가장 이른 연대의 의궤로 추정된다. 총 48책 중 13책만 현존하고, 12책이 국립동양어대학 언어문명도서관에 있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채색본 ‘정리의궤(성역도) 39’는 화성행궁도 등 수원화성 주요 시설물과 행사 관련 채색 그림 43장, 한글로 적은 축성 주요일지 12장 등 총 55장으로 구성돼 있다.

‘정리의궤(성역도) 39’에는 ‘화성성역의궤’에는 없는 봉수당도, 당낙당도, 복내당도, 유여택도, 낙남헌도, 동장대시열도 등이 수록돼 있어 가치가 크다. 왕실의 기록문화뿐 아니라 당시 한글 언어생활까지 알아볼 수 있는 활용도 높은 문헌이다.

프랑스가 소장한 ‘정리의궤’는 한국의 첫 번째 프랑스 외교관이었던 ‘빅토르 꼴랭 드 쁠랑시’(Victor Collin de Plancy, 1835~1922)의 수집품으로 12책은 국립동양어대학에 기증했지만, 채색본은 어느 시점에 경매상을 거쳐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수원시, ‘정리의궤 활용 기본계획안’ 세우고 프랑스 방문해 복제 협의

한글본 ‘정리의궤’ 13책은 2016년 언론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정조시대 연구와 수원화성 복원 기초자료로 정리의궤가 꼭 필요했던 수원시는 언론보도 직후 ‘정리의궤 활용 기본계획안’을 세우고 자료 확보에 공을 들였다.

‘외규장각 의궤’ 반환(2011년) 후 문화재 환수에 민감했던 프랑스 입장을 고려해 문화재청·국외소재문화재단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2017년 2월에는 수원시 실무진과 전문가가 프랑스를 방문해 정리의궤 활용 방안을 협의했다. 수원시는 대여를 추진했지만 프랑스 측은 “해외 대여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대여 대신 사진 촬영을 허용하고, 복제본을 제작하는 것으로 협의했다.

정리의궤 복제가 외교 문제로 번질까 봐 우려하는 프랑스 측에 수원시는 “학술적으로 이용하고, 역사 연구 자료로만 활용할 것”이라며 설득했다. 방문 기간에 ‘복제본 제작’이라는 원칙적 협의는 이뤄졌지만, 복제본 제작 과정에 관한 상세한 협의는 하지 못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1년여 동안 프랑스 국립도서관·국립동양어대학 관계자와 수십차례 전자우편을 주고받으며 세부 사항을 조율했다.

마침내 2018년 5월 13~20일 사진 촬영, 색 감수, 실측 등 작업을 위해 두번째로 프랑스 현지에 방문했다. 200여 년의 시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보존 상태는 완벽에 가까웠다.

채색본 모사는 모사 작가 정두희(문화재 수리기능자 모사공) 영남대 교수가 담당했고, 한지는 한지 장인이 직접 떴다. 표지는 무형문화재 이운천 선생이 능화판을 제작해 전통기법으로 염색했고, 책을 묶는 끈, 포갑(책을 싸는 상자)도 전통기법으로 제작했다.

종이·서지·염료·역사 등 분야별 전문가 자문을 바탕으로 정밀하게 실측을 하고, 복제 작업을 했다. 특히 채색본은 원본의 입체감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색 감수를 담당한 모사 작가가 보채(빛이 바래거나 지워진 것을 다시 칠함)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채색본은 원형복제본(원본이 처음 편찬된 당시 재현)과 현상복제본(변·퇴색한 유물 현 상태를 재현)을 제작해 시간 흐름에 따른 변화 상태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수원시 관계자들은 실무진 협의를 거치며 프랑스 관계자들에게 한글본 ‘정리의궤’의 특징과 역사적 의미를 상세하게 알렸다. 국립동양어대학 언어문명도서관 관계자는 “한글본 정리의궤의 학술 가치를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 수원시 관계자 덕분에 가치를 알게 됐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 ‘정리의궤’ 복제본 수원화성박물관에 전시

안영배 수원시 문화예술과장은 “복제본은 수원화성박물관과 화성사업소에 이관돼 전시되고, 수원화성 복원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촬영한 원본은 프랑스 측과 공유하며 역사 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정조 시대와 수원화성 연구에 큰 힘이 될 한글본 정리의궤가 우리 시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발견되고 복제돼 기쁘다”면서 “한글본 정리의궤가 문화콘텐츠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리의궤 복제본은 18일부터 12월 16일까지 수원화성박물관 특별기획전 ‘수원의 궁궐, 화성행궁’에 전시된다.

수원화성박물관은 전시 개막에 앞서 18일 오후 2시 영상교육실에서 국립동양어대학 언어문명도서관 학술 총책임자 벤자민 기샤르(Benjamin Guichard)와 아시아학술담당 솔린느 러쉬세(Soline Lau-Suchet)를 초청해 강연회를 연다.

/안직수기자 js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