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상하고 아름다운 이 이야기는 슬플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엉엉 울 정도는 아니다.
옛날, 옛날 작지만 몸이 단단하고 기운 센 ‘짱돌’이와 목욕탕에서 방금 나온 아이처럼 볼 빨간 ‘짱순’이가 살았다.
시인 박연준의 첫 동화 ‘정말인데 모른대요’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샛강에서 ‘미끄럽고 길고 통통한 넥타이’처럼 생긴 물고기를 잡아온 짱돌일까?
아니면 짱돌에게 그 물고기는 뱀장어라고 알려주고, 갑자기 사라진 뱀장어의 행방을 재미있는 상상과 재치 있는 노래로 더듬어가는 짱순일까?
둘 다 아니면 친구가 없던 짱돌이가 어쩌면 태어나 처음으로 애착을 느끼고, 외로움과 슬픔이라는 감정을 알게 한 뱀장어일까?
이 물음은 ‘정말인데 모른대요’를 보고 읽은 사람만이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짱돌이와 짱순이의 생김새와 성격은 어떨까?
풍부하면서도 적절한 형용사와 부사들로 묘사한 부분을 읽으면 두 아이의 생생한 모습이 눈앞에 보인다.
빨랫줄에 널어놨던 뱀장어가 사라지고, 아무것도 믿지 않는 짱돌에게 토라져 가버리는 짱순을 바라보며 짱돌은 외로움과 슬픔을 느낀다.
바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이내 짱돌은 방으로 들어가 홀로 우는 대목에서는 울음소리가 시어로 바뀌면서 시의 리듬에 맞춰 짱돌의 입 모양대로 읊조릴 수도 있다.
‘정말인데 모른대요’ 동화를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오감을 알아차릴 수 있는 동시를 읽는 듯하다.
빛이 선명하고 우거진 풀숲에는 꽃도 나비도 있고 그 옆에는 푸르고 맑은 샛강이 흐른다. 짱돌은 여기서 뱀장어를 잡게 된다. 누가 봐도 이 이야기는 시골이 배경이다.
그런데 누가 가져갔는지 알 수 없는 뱀장어를 찾는 짱순의 상상 속 세상은 도시다. 사람들이 여우 털로 여우 목도리를 만든 게 불만이었던 여우는 야무진 양손으로 뱀장어를 낚아채 목에 휘감고 당당하게 걷는다. 그곳은 어둠이 짙게 내렸지만 가로등과 건물의 화려한 불빛이 비치는 회색 도시다.
‘정말인데 모른대요’ 그림을 보다 보면 시골과 도시, 어제와 오늘이 기발하고 독특하게 섞인 시공간의 초월을 즐길 수 있다.
/정민수기자 j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