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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와 불꽃의 만남… 영생을 노래하다

현대용접조각전 ‘불로장생’
내달 23일까지 성남문화재단에서
이길래·고명근 등 7명 작품 전시

 

 

 

성남문화재단은 오는 12월 23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현대용접조각전 ‘불로장생(長生)’을 개최한다.

용접(熔接, Welding)은 흔히 건설현장에서 이뤄지는 불꽃 튀는 작업을 연상하는데, 미술에서도 용접은 오래된 작업방식 중 하나다.

이번에 선보이는 ‘불로장생’ 전은 현대조각의 오늘을 있게 한 결정적인 기법이자 방식인 용접술을 주목하며,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한 7명의 작가의 작업을 들여다보는 전시다.

전시장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작품은 생명과 자연, 원시성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 문화의 고고성을 나타내고자 소나무를 소재로 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 이길래의 작품이다. 일정하게 자른 동 파이프를 용접술로 덧붙여 유기적 형태를 만들고 망치로 두드려 만든 길쭉한 타원형의 모습은 마치 소나무의 표피를 연상시킨다.

고명근은 사진조각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작업을 선보인다. 투명 OHP필름에 사진을 출력하고 이를 투명 합성수지판에 압착 후 면과 면이 만나는 부분을 인두기로 녹여 접착시키는 방식으로, 평면으로부터 비롯한 입체 조형물을 만들어낸다. 투명한 면들이 겹쳐져 새로운 환상 공간을 만들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자연과 건축물의 사진은 시공간을 뛰어넘은 새로운 현실을 재구성한다.

김선혁의 작품은 세밀하고 섬세한 용접방식을 보여준다. 스테인리스 봉으로 이뤄진 인간의 형상은 나무의 뿌리, 혹은 인간의 혈관으로 보인다. 앙상하게 마른 나무와 희망을 잃은 듯한 인간의 모습에서 나약하고 위태로운 현대인의 모습이 중첩되며,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느끼는 절대고독, 절망, 허무, 불안 등의 감정을 고백하듯 풀어낸다.

사람의 몸에 자연을 융합하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김윤재의 작품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작가 특유의 세계관이 연대나 국적을 특정할 수 없는 기와집들이 크고 작은 군집을 이루며 인간 형상으로 나타난다. 예로부터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였던 개와 말의 형상을 빌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과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아내고 있다.

 

 

 

 

김재각의 작품은 스테인리스로 이뤄져 있으나 바람에 날리는 실크 스카프처럼 공중을 부유하고 있다. 사용된 철망들은 무수한 선들을 만들고 층층이 겹쳐져 새로운 공간감과 환상적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용접으로 발생한 불의 흔적들은 철 고유의 색을 변화시키는데, 작가는 이런 흔적을 꽃으로 의도적인 명암의 효과로 사용하고 있다.

이성민은 석공이 정과 망치를 돌을 깎아 내는 것처럼 산소절단기로 철 덩어리를 불로 깎아 낸다. 이러한 행위는 작품 일부처럼 철에 질감을 더하고 생명력을 불어넣으며 마치 깨달음을 얻기 위해 힘든 수행을 하듯, 작가가 작업과정을 통해 자신과 작업의 존재 이유를 얻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등불 조각가로 알려진 전영일은 시임(Seam)용접을 통해 스테인리스 틀을 만들고 그 위에 한지를 붙인 후 틀 안에 조명을 넣어 빛을 밝혀 마무리하는 작업과정을 거친다. 작가는 연등이라는 전통문화를 현대미술과 접목해 전통적 조형미와 현대적 미감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이어오며, 현대사회의 첨단기술 속에서 우리의 전통문화에 관한 관심을 환기 시키고 현대 등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가고 있다. /정민수기자 j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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