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는 개관 10주년을 맞아 백남준의 글모음집인 ‘백남준: 말에서 크리스토까지’의 개정판을 출간했다.
2010년 초판을 찍은 지 8년 만으로 그동안 백남준 연구자들과 일반 대중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이 책은 초판에 원문만 실렸던 5편의 번역문을 추가하고 원고 일부를 교체하는 등 조금 더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의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백남준의 책’인 ‘백남준: 말에서 크리스토까지’는 백남준 연구자인 이르멜린 리비어(Irmeline Lebeer)와 에디트 데커(Edith Decker)가 미국, 유럽, 한국 등지에 흩어져 있는 백남준의 글들을 모아서 공동으로 편집한 앤솔로지 북의 한글 번역본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누구보다 먼저 예술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사유하고 실천했던 백남준의 예술세계에 생생한 백남준의 목소리를 통해 다가갈 수 있다.
백남준은 “미래의 가장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심령력”이라고 했다.
그래서 심령력이 강한 집시의 나라, 불가리아 출신의 친구 크리스토가 미래에 가장 존경받는 예술가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여기서 말하는 심령력을 다른 관점에서 설명하면 아날로그 소통을 지나 디지털 소통이 가능한, 더 나아가 세상 만물이 상보적으로 얽히는 양자(quantum) 소통이 가능한 미래의 세상을 암시한다.
백남준은 미래의 사회에서는 기술과 인간이 완전히 융합되며 사회 소통 시스템이 자연적 환경에서 영성적 환경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예술로써 예견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인 ‘말에서 크리스토까지’는 백남준 예술 세계의 중요한 축인 인간·자연·기술 간의 상호 소통과 융합에 대한 종적인 역사성과 횡적인 문화 다양성의 A부터 Z까지를 담고 싶은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백남준을 사랑하고 존경했던 많은 이들의 노력이 모인 이 책은 세상 만물의 수평적 소통과 연계를 통해 상생의 미래를 소망했던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교과서적 도서라 자부한다.
이번 개정판에는 초판에 원문으로 실었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시나리오(팩스자료)를 비롯해 ‘바이바이키플링’, ‘록음악에 스포츠’, ‘비디오테이프 월간지’ 등 5개의 글을 번역해 게재하고 본문에서 누락된 부분이 있던 ‘아사테라이트- 모레의 빛을 위하여’의 원문(일문)을 찾아 전문을 번역해 게재했다.
이번 개정판의 발행으로 최근 다시 높아지기 시작한 백남준에 대한 학계와 대중의 관심과 요구에 부응하고 백남준의 정신세계가 온전히 담겨진 이 책이 백남준의 예술을 연구하는 이들에게 귀중한 길잡이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민수기자 j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