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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쓰여진 불경 그의 손에서 나왔다

동아시아에 대승 空 사상 전파
중국 장안서 300권 불경 한역
‘사리불의 재현’ 불리던 고승
5세기 중원·승단 모습 되살려

 

 

 

불경 번역의 새 역사를 쓴 위대한 역경가, 동아시아에 대승 중관학의 공 사상을 전파한 사상가, 지혜 제일의 사리불이 재현했다고 일컬어지던 천재적 고승.

이 책은 4세기 중반(344년) 중앙아시아 구자에서 태어나 5세기 초반(413년)까지 살며 중국 장안에서 삼백여 권의 불경을 한역하고 삼천여 명의 제자를 키우는 등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구마라집의 일대기다.

당시는 중국사에서 보면 정치 사회적으로 어지러운 시대라 새로운 철학과 사상이 절실한 때였고, 불교사의 시각에서 보면 중국의 초기 불교 이해가 한계에 다다른 때이기도 했다.

그런 시대, 그런 상황에서 구마라집은 역경가이자 사상가로, 또 큰 수행자로 활동했다.

그는 먼저 한역 불경사에서 새로운 시대를 연 위대한 역경가로 기록된다.

구마라집은 지금까지도 널리 읽히는 대승 경전인 ‘금강반야바라밀경’, ‘묘법연화경’, ‘유마힐경’ 등을 한역했다.

우리가 오늘 읽는 바로 그 문장, 그 뜻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동시에 구마라집은 동아시아에 ‘중론’, ‘백론’, ‘십이문론’ 등 중관학의 공관(空觀)을 전파한 사상가였다.

또 중국에 선종이 태동하기 전 선경(禪經)을 번역하여 초기 선법을 전한 시대를 앞선 수행자였다.

그의 삶은 불교 전래의 역사와 함께한다.

공간적으로 그의 삶은 실크로드를 따라 중앙아시아에서 동아시아로 이어졌다.

일곱 살에 사미승이 돼 십 대에 타림 분지와 파미르고원을 둘러싼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불교문화를 체험하며 불학을 배우고 명성을 떨쳤다. 사십 대에는 구자국을 떠나 중국 동쪽 변경 고장에서 17년간의 긴 유폐 생활을 보낸 다음 후진의 수도 장안에서 역경(譯經)과 강설(講說)로 홍법의 뜻을 이루었다.

그 과정을 시간적으로 보면 구마라집의 행적은 불학이 소승에서 대승으로 전환하고, 대승 공 사상이 동방으로 퍼져나가는 길잡이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구마라집 평전’은 한 인물의 삶의 기록이자 불경 전래의 역사이며 실크로드의 시대 풍경을 담은 사회 문화사로서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서 책은 ‘진서’, ‘한서’ 등의 역사서, ‘고승전’, ‘출삼장기집’ 등 많은 승려들의 전기와 여러 기록물을 기초로 해 중앙아시아의 찬란했던 불교문화, 파미르고원과 타클라마칸 사막의 험난한 자연환경, 전란이 끊이지 않았던 오호십육국의 상황, 장안 역장(譯場)의 생생한 모습, 강남 여산의 혜원과 보기 드문 불학 교류, 구마라집과 함께한 걸출한 제자들의 면면까지 4, 5세기 서역과 중원의 문화, 사회, 승단의 모습을 되살려 내고 있다.

/정민수기자 j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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