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移越) 예산이 많다는 것은 당초 사업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는 증좌(證左)다. 경기도는 지난해에 세운 사업계획 가운데 241건을 올해로 넘기고 소요 예산 6천926억원도 함께 이월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은 지난해 전체 예산 10조 102억원 대비 6.9%에 달하고, 2002년에서 2003년으로 이월했던 5천171억원 보다는 1천755억원(33.9%)이나 많은 것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고, 그것도 이월 건수와 예산이 증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도 당국자는 공사기간의 부족, 연구 용역 발주 지연, 사업관련 부지 매입부진, 이해 당사자 간의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월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일견 이해가 간다. 특정한 사업을 추진하는데는 예산(자금)만 확보됐다고 해서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용역, 보상, 공기, 확보 등 선결되어야 할 과제들이 더 많을 수 있다. 따라서 사업계획을 세울 때는 이러저런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서 오차범위가 거의 없는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도뿐 아니라 시·군의 사업계획 수립 과정을 보면 결과야 어찌되던 계획은 세우고, 예산은 따놓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또 일단 사업계획 승인을 받게 되면 정부나 도·시·군의회를 상대로 예산 따내기 로비를 벌여 가급적 많은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공식화된 관행이다.
그러나 도의 경우와 같이 엄청난 양의 미집행 사업이 생겨나, 결국은 신년도로 넘기는 이월 사태가 빈발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계획대로 사업 집행은 못했지만 예산은 축내지 않았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치다.
1년 동안에 파생하는 인력, 비용, 시간의 낭비도 문제지만 행정의 무정견과 무책임이 몰고 오는 행정 불신까지 감안하면 이월 과다는 문책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이월 때문에 문책을 받았다던지, 예산 의결권과 행정감사권을 가지고 있는 지방의회가 집행부의 책임 소재를 따졌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올해 못하면 내년에 하면 된다는 식의 안일한 사고가 곳곳에 박혀 있는 것이다. 제대로된 지방자치를 하고자 한다면 이월사태 ‘제로’부터 실천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