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출간한 ‘빨강모자를 쓴 아이들’에 이어 김은상 작가가 내놓은 두 번째 소설.
“나는 매일 고양이가 되어갑니다”로 서막을 여는 이 소설은 1인칭 화법으로, 주인공 ‘나’를 둘러싼 네 여인과 네 마리의 고양이에 얽힌 사랑이야기가 골격을 이룬다.
‘신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은 고양이’라고 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처럼 고양이는 매력적인 동물로 예로부터 유명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오늘날처럼 각박해진 현실에서 고양이는 고독한 영혼들에게 그 존재만으로 사랑받고 있다.
고양이 애호가이자 작가인 엘렌 페리 버클리가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그들 중 고양이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듯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욕망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다. 함께 하고 있지만 소유할 수 없고 또 떨어지지 못하는 모습은 사랑의 애매모호한 속살과 닮아 있다.
이 작품에서 저자는 사랑에 관해 이렇게 언급한다.
“사랑이 숭고하다면, 그 이유는 불가능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욕망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기에 완벽히 충족될 수 없음’을 간파한 라캉의 욕망이론과 궤를 함께한다.
이루지 못한 첫사랑, 그 결핍의 빈자리에 새로운 사랑이 찾아들지만 불가피하게 이별을 하고, 누군가의 절실한 위로가 필요한 그 자리에 저자는 고양이 ‘델마’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를 읽다 보면 인간 내면을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형체를 알 수 없는 고독, 그리움, 사랑의 그림자가 그 실체를 드러내며 독자에게 말을 걸어온다.
“때로는 사랑의 목적지가 이별이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지독한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불행과 행운의 차이는 ‘아’와 ‘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내가 고양이가 되는 일은 문법이 아니라 사랑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
‘나의 아름다운 고양이 델마’라는 제목에서 짐작했겠지만 델마는 작가와 함께 살았던 실재 고양이로, 이 책은 먼저 세상을 떠난 고양이 ‘델마’를 추모하기 위해 쓰인 작품이다.
델마와의 특별한 인연으로 지금은 반려묘 루이스, 브래드, 두두, 삐삐 등 네 마리의 고양이와 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작가는 고양이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약과 기관지 확장제를 입에 달고 살아가고 있다.
결국 ‘델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저자로 하여금 사랑과 욕망에 대한 본질을 탐구케 했으며 이처럼 실재를 뛰어넘는 문학작품을 낳게 했다.
/정민수기자 j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