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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하나, 젠더도 하나"

"깨달음에는 성별의 차이가 없습니다."
불교의 이상인 깨달음을 얻는데 여승이라고 해서 바뀔 수도 없고 수행 방법이 비구와 비구니가 다르지 않다.
이렇듯 자명하면서도 그간 연구의 사각지대로 남아있던 한국 비구니승을 대대적으로 조명한 국제학술대회 첫날, 기조강연자인 바바라 루쉬 교수(미 콜럼비아대)의 일성이다.
중세 일본학 연구회장인 그는 "2년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아시아학회 연례모임에서 처음으로 '한국의 비구니에 대한 연구'가 제기된뒤 한국학과 불교학의 획기적인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주제발표 연구자들이 직면한 문제들이 바로 20년전 자신이 '일본의 여성과 불교'에 대한 연구를 개시했을 때 봉착했던 상황과 흡사하다고 상기하면서 "불교 역사가 남성 수행자(비구)의 삶과 사상에만 기초해 기술해 왔고 전통적으로 비구니들이 비구승들에 의해 본질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간주돼 학자들의 관심이 남성들의 종교에 집중해 왔다"고 말했다.
루쉬 교수는 "비구니들이 중요하지도 영향력도 없기 때문에 연구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면서 "이는 문서로 된 증거를 찾기 위한 계획도 수립하지 않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루쉬 교수에 따르면 일본비구니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하자 엄청난 양의 자료들을 발굴해 냈다는 것.
실제로 그는 "근대 이전의 일본회화에서 '가르침을 업으로 삼는 비구니'의 모습을 도처에서 발견했다"면서 "종교적 가르침과 불교 교리의 확산을 남성들의 수행활동만으로 보는 것은 성적 편견임을 알려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루쉬 교수는 마지막으로 "그간 지배층의 반여성주의와 반불교적 태도로 인해 고통받은 한국과 일본의 비구니들이 실은 동일한 정신적 지향을 갖고 동일한 길을 걸어가는 자매"라면서 "학자들과 불자들이 비구니의 발자취를 복원해 역사에서 가려진 불교사의 반쪽을 회복하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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