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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항공인 조양호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은 미국의 보잉사와 대형 여객기 737기종 27대를 구매키로 계약을 체결한다. 당시 경제계에서는 조회장의 결정을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봤다. ‘미쳤다’라는 악의적인 평가도 있었다. 거의 모든 기업이 감원 등 재무적으로 ‘슬림화’를 추진하고 있던 때라 더욱 그랬다. 하지만 조회장의 결정은 5년이 지나지 않아 빛을 발했다. 구입한 항공기가 대한항공이 글로벌 항공사로 자리 매김하는데 기폭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미래를 보는 조회장의 결정은 외환위기 이전에도 있었다. 1973년 대한항공 입사 첫해 오일 쇼크가 터지자 선친인 조중훈 창업주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2003년 차세대 항공기를 과감하게 도입 한 것도 그였다. 회사에서 ‘위기의 승부사’라 부르는 것도 이러한 공격적 마케팅에서 비롯됐다.

몇 년 전부터 수신제가(修身齊家)를 못한 탓에 사회적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그의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과 글로벌 마인드가 많이 퇴색 했어도 아직 국내·외 항공·운송 분야에서 조회장 만한 전문가가 드물다는 평가다.

그 배경엔 폭넓은 인맥과 해박한 실무지식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일군 그의 업적에서 찾을 수 있다. 조회장은 지난 2000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스카이팀 창설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또 전 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가 회원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덕분에 ‘항공업계의 UN 회의’라고 불리는 IATA 연차총회를 올해 사상 최초로 서울로 유치했다. 조회장은 스포츠인 이기도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1년10개월 동안 50번 가까이 해외 출장을 다녔다. 이 과정에서 약 64만㎞(지구 16바퀴) 이동했으며, IOC 위원 110명 중 100명 정도를 만나 평창 지지를 호소한 사실은 지금도 전설로 남아있다.

8일 새벽 항년 70세를 일기로 갑작스레 별세한 조 회장은 45년 이상 항공·운송사업 외길을 걷다가 숨지면서 그간 겪은 우여곡절로 ‘풍운아’ 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게 됐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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