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昌植<본지 주필>
국내 최대의 삼나무(스기)· 편백 인공조림지가 전남 장성군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름하여 '장성 삼나무·편백 경영모델림'이다. 1960년 작고한 육림가 임종국씨가 조림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44년째가 된다.
방장산(方丈山) 일대를 빼곡이 메운 삼나무는 하늘을 찌를 듯하고, 울울창창한 숲과 어우러진 경관은 한 마디로 태고적 신비의 대자연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이 삼나무 숲이 생기기까지에는 드라마틱한 사연이 있다. 1966년 당시 일본 참의원이던 쯔찌야 요시히꼬(土屋義彦·79)씨는 한국을 처음 방문했는데 이때 한국의 산들이 벌거숭이 상태로 변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6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산에 있는 나무를 마구 베어 땔감으로 쓰던 시절이라 민둥산이 될 수밖에 없었다.
쯔찌야씨는 한국의 산을 푸르게 하는 데 일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산림청과 의논했더니, 삼나무(스기) 씨앗을 주면 좋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쯔찌야 씨는 선거구인 사이타마현 구리하라(栗原) 지사와 의논한 끝에 스기의 명산지인 니시가와(西川)에서 채종한 삼나무 씨앗 90리터(묘목으로 환산하면 90만 그루)를 한국으로 보냈다.
이후 이 씨앗이 어디서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쯔찌아씨는 참의원에 연이어 당선되면서 참의원 의장이 되고, 훗날에는 방위청차관과 환경청장관을 거쳐 사이타마현 지사로 변신하면서 바쁘게 지냈기 때문에 삼나무 씨앗의 행방을 미처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던 중 2002년 3월 '한일문화교류를 증진하는 모임'의 모로쥰코(茂呂順子·한국인)여사와 사이타며현 직원에 의해 이 삼나무 씨앗들이 전남 장성군에서 거대한 '삼나무 숲'으로 변모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필자는 모종의 일로 일본 친구인 니노미야 슈오조(二宮周三·73)씨와 함께 지사 공관을 방문해 쯔찌야 요시히코 지사와 면담할 기회가 있었다. 이때 그는 "내가 한국에 삼나무 씨앗을 보낸 지 37년째가 되는데 바쁜 일 때문에 현장엘 가보지 못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 선생께서 현장취재를 해주었으면 고맙겠다"는 부탁을 했고 필자는 "꼭 현장을 확인한 후 신문에 보도하겠다"고 약속했다.
필자는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3월 장성군을 방문해, 경이로운 삼나무 숲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낀 바를 경기신문(2003년 4월 4일자)에 답사기를 쓴 바 있었다. 그로부터 1년 남짓한 지난 5월 17일 '씨앗의 주인공' 쯔찌야 요시히코 전 사이타마현 지사와 일행 55명이 장성군을 방문해 꿈에 그리던 삼나무 숲을 눈으로 확인하고 삼나무를 어루만지는 시간을 가졌다. 서부지방산림관리청에서는 쯔찌야 전 지사를 맞아 조림지 현장에서 간소한 기념식을 거행하고 삼나무 씨앗으로 맺어진 한일 두 나라의 우호증진을 기리기 위해 목비(木碑) 제막식을 가졌다. 목비에는 쯔찌야 전 지사의 친필 서명과 함께 '한일 사랑의 삼나무를 가꾸자'라는 비문이 쓰여져 있다.
한편 장성군은 군청 회의실에서 쯔찌야 전 지사 일행 환영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흥식 군수는 쯔찌야 전 지사의 장수군 내방을 환영했고, 쯔찌야 씨는 환대에 감사했다. 이어 김영일 장성군 산림조합장이 주최하는 오찬을 끝으로 쯔찌야 전 지사 일행의 일정은 끝났다. 노 정객의 삼나무 씨앗 외교가 한일 두 나라의 우호증진에 징검다리가 되리라는 점 믿어 의심치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