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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김정원



끼니때마다

혓바닥으로 닦는 거울,

내 얼굴을 비추네



거꾸로 비친 그 얼굴이

내게 묻네



주변에 굶주린 사람은 없느냐?

오늘하루 밥값은 했느냐?



끼니때마다

이웃을 둘러보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명경(明經)이

엄혹한 교리 문답이네



- 2인시집 ‘땅에 계신 하나님’

 

 

종교와 문학의 유사성은 그 출발점이 말해준다. 비극으로 출발한다는 것이다. 가난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기독교의 출발이었고 아픔으로 출발하는 것이 문학의 출발이라고 한다면 시인의 숟가락은 가난한 이의 아픔을 들여다보는 엄혹한 명경(明鏡)으로 형상화 되었다. 시인이 노래하는 가난과 굶주림은 단순히 육체적인 헐벗음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헐벗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깨닫을 사람(기독교는 이것을 ‘은혜받은 이’라고 한다)이 무엇을 행해야 하는 지 삶의 새 길을 제시해 주는 지혜의 거울이 된다. 공교롭게 육신을 살찌우기 위해 쓰는 숟가락이라는 도구를 통해 시인은 먹을 때 마다 마실 때 마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되새기길 노래하는 것이다./김윤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