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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여행]천년꽃절, 선암사4

 

 

 

 

 

정호승님의 시에는 ‘선암사’라는 시가 있다. 필자에겐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이 시는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에 가서 실컷 울어라. (중략)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라는 내용이다. 걸어서라도 가서 슬픔을 쏟아내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선암사다.

선암사는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들로 넘치는 곳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꼭 보고 와야 할 요소들이 있다. 그 첫 번째가 선암사 해우소, 즉 측간이다. 선암사 측간은 영월 보덕사 해우소와 함께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선암사의 측간은 들어가는 곳에 걸려 있는 간판이 ‘뒷간’이다. 글씨도 우측에서 좌측으로 씌어 있는데다 한글고어가 그대로 남겨있어 측간을 읽어내는 사람들의 표정이 다채롭다. 들어가는 입구에서는 1층으로 보이나 뒤돌아가서 보면 2층으로 되어 있어 비탈진 곳을 잘 활용해 지어진 건물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언제 지어졌는지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다. 다만 정유재란(1597) 때 모든 전각이 소실됐으나 이 건물을 불에 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400년은 넘은 건물이 되는 셈이다. 400년이라는 세월을 어찌 버텨냈을까 하는 기특함을 안고 측간을 마주한다. 곡선으로 멋스럽게 처리된 풍판을 달고, 안정감 있는 맞배지붕을 하고 있는 뒷간은 사방이 살창으로 되어 있어 측간의 냄새가 사방으로 흩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해우소 특유의 냄새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구조이다.

선암사에서 꼭 보고 와야 할 요소 두 번째는 선암매다. 고매(古梅) 한 그루만 있어도 그 향이 천리를 간다고 하는데 선암사 경내에는 350~650년에 이르는 고매가 50여 그루 서식하고 있어 선암사의 매화향기는 상상이상이다. 이렇게 고매가 여러 그루 자리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선암사를 매화의 고향이라 부르기도 한다.

선암사의 매화 중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매화나무가 두 그루가 있다. 하나는 원통전 뒤편의 백매화이고 다른 하나는 무우전 담길의 홍매화이다. 원통전 뒤편의 백매화는 수령이 600년이나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선암사의 매화는 언제 심어졌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다. 고려 대각국사 의천이 선암사를 중창할 때 천불전 앞의 와송과 함께 심었다는 기록이 상량문에 있었다고 전해온다. 하지만 600년이라는 나이와 의천이 심었다는 사실과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 아마도 그 이후 심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원통전의 매화는 원통전을 출입하는 작은 문 앞에 자리하고 있는데 나무 곳곳에 이끼가 끼어 있고 나무껍질이 들고 일어나 있어 한눈에도 오래된 나무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오래된 나무지만 나뭇가지가 안정적으로 뻗어 있어, 꽃이 피었을 때는 원통전 기와지붕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자아낸다.

무우전 담장의 천연기념물 매화는 약 550여년 된 매화나무로 운수암으로 올라가는 돌담길을 따라 자리한 매화들 중 가장 큰 나무이다. 타원형으로 뻗어 있는 나뭇가지에서 피어나오는 분홍빛의 매화꽃은 선암매를 ‘명품’에 속하게 만드는 단아한 기품과 은은한 향기를 간직하고 있다. 선암사에 매화꽃이 피면 만사 제치고 가볼 일이다.

선암사에 꼭 보고 와야 할 요소 세 번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조로 알려진 달마전의 수조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달마전 수조’는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달마전은 요사채와 선방으로 이루어진 공간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스님과 동행하면 출입이 가능하다. 달마전 수조는 크기가 각각 다른 돌확으로 마당에 무심한 듯 놓여있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국보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천년꽃절, 선암사의 매화꽃이 져버렸다고 아쉬워하지 말자, 더워지는 여름날 선암사 달마전 수조에서 차가운 물 한 모금으로 귀한 깨달음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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