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고속도로 여주 IC를 들어서 원주방향으로 약 10여분 달렸을까, 시원한 바람과 탁 트인 들판이 아름다운 전형적인 농촌마을이 눈 앞에 펼쳐 있다. 마을로 들어서자 야트막한 산등성이를 뒤로 하고 앞으로는 널따란 논밭을 끼고 있는 학교 건물이 나온다. 현재 도자문화체험학교로 탈바꿈한 옛 강천초 걸은분교다.
학교 입구에 다다르자 왁자지껄 아이들의 소리가 담을 넘는다. 학교는 2002년 문을 닫았지만 여전히 이곳은 학교로서 제기능을 하고 있다. 그해 2월 폐교가 됨과 동시에 이성덕 도예가(교장)와 여주대 안병진 교수를 비롯한 도예가 20여명에게 임대됐고 같은해 9월 ‘여주걸은도자문화체험학교’로 변신했다.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교과서 중심의 공교육이 아닌 여주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도자기를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산 문화교육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이곳이 도자기 체험학교로 활용된다는 데에 주위 사람들은 그리 놀라워하진 않았다고 한다. 도자기 체험학습은 걸은분교가 문을 닫기 전에도 학습 프로그램의 하나로 계속돼온, 이곳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러운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학교 운동장 한켠에는 세워진지 꽤 오래된 듯 한 ‘우리고장의 자랑’이란 팻말이 서 있다. 그 안에는 도자기의 중요성과 도자기 만드는 과정을 순서대로 정리한 내용이 적혀 있다.
건물 또한 방치된 적이 없어 옛 모습 그대로다. 관리자들의 세심한 관심과 학교를 아끼는 마을사람들의 정성이 일치한 덕분인지 학교는 깨끗하고 정돈된 느낌이다.
학교규모도 분교치고는 꽤 크다. 4천5백여평에 교실수가 8칸, 부속교실 2칸, 관사 2동, 창고 3, 이외에도 식당, 숙직실, 화장실 등이 따로 있어 300명 정도를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다. 상주해 있는 도예가들은 2인 1조로 교실을 작업장으로 쓰고 있으며, 각자의 작업장에서 직접 강의를 맡아 진행한다.
이 학교에서는 도자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방향에서의 모색이 이뤄지고 있다. 학생과 일반인을 위한 도자문화체험교실이 그 하나로 여주뿐 아니라 타 지방에 있는 학교에서도 단체로 체험학습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기자가 방문한 날도 여주 등서초와 문장초등학교 학생 80여명이 여주문화원과 연계해 도자문화체험교육을 받고 있었다. 1회 강의는 보통 2시간30분 가량 이뤄진다. 특히 이곳은 도자기를 그려보고 만들어보는 실기 강의뿐 아니라 도자의 역사와 특징 등 이론강좌도 함께 진행돼 교육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강의는 한 교실에 강사 2명이 배치돼 담당한다.
학교는 또 도자 창작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작가 17명이 상주해 있는데, 도예과를 갓 졸업한 20대들이 대부분이다.
이 교장은 “이들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이곳에 상주해 창작활동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언제나 열성적인 이들 젊은 도예가들이야말로 차세대 도자문화를 이끌어 갈 주축들”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외에도 이곳은 학교 전제가 하나의 전시장이다. 상주 작가들이 직접 만든 도자기 작품들이 복도 신발장, 교실 등 학교 곳곳에 전시돼 있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도 있다. 운동장 마당에는 도예가들과 함께 이곳에서 공동작업을 하고 있는 조각가 안병철(서울시립대.고려대 겸임교수)씨의 작품이 설치돼 있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현재 이들은 문화 테마 관광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세계도자기엑스포와 연계해 도자문화 이벤트도 유치하고 있다. 국내 도자작가, 한일도예작가, 도자전공학생, 세계민속도자 작가 등이 이곳에서 워크샵을 열고 있다.
‘엑스포알리기 물레시연회’도 이곳 강사진이 맡아 진행하고 있으며, ‘지역전통예술 활동’ 프로그램,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여주지역 사회학교 평생교육’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고 있다.
문을 연지 2년도 채 안됐지만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돼 있다. 지난 한해동안 이 학교를 찾은 가족과 학생 등 교육생은 무려 8천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평일에는 단체로 오는 교육생들이 대부분인데 약 700명 정도가 하루 동안 이곳을 이용한다. 또 주말에는 가족단위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체험학습비용도 저렴한 편으로 어린이 단체는 1만원, 개인별로는 1만5천원, 어른은 2만원을 받고 있다.
이 교장은 “여주가 도자문화로 유명하고 전시공간도 적진 않지만 실제로 제대로 된 도자기 교육장이 없는 상황이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앞으로도 질적인 도자기체험교육장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힌다.
정수영기자 jsy@kgnews.co.kr
소중한 뒷 이야기
여주는 문화유산이 많은 지역이다. 특히 도자문화로 유명하다보니 도자기 전시장, 체험장 등 시설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이밖에도 명성황후 생가는 여주가 가장 큰 자랑거리로 내놓는 문화재다.
여주걸은도자문화체험학교가 들어서 있는 여주 걸은리 주변에도 경기도에서 손꼽히는 관광명소가 많다. 바로 옆에 위치한 목아불교박물관,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신륵사, 그리고 이곳처럼 폐교를 활용한 여성생활사박물관 등은 걸은리 학교를 방문할 때 꼭 함께 들려볼만한 곳이다.
목아불교박물관은 이 학교와 같은 동네에 있다. 우리의 전통목공예와 불교미술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박찬수 관장의 노력과 땀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이다.
2천여평의 박물관 정원 야외조각공원엔 미륵삼존대불.백의관음.자모관음 등 40여점의 불교조각품을 전시한다.
또 약 4km 정도 떨어져 있는 신륵사는 관광단지로 조성될 정도의 명소다. 신라 진평왕(眞平王) 때 원효(元曉)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고려 말 나옹(懶翁) 혜근(惠勤)이 머물렀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절에는 보물 제180호인 조사당(祖師堂) 등 6점의 중요문화재와 유형문화재 극낙보전(極樂寶殿)이 들어 있다.
또 강천초 강남분교를 임대해 꾸며놓은 ‘여성생활사박물관’은 3천여명의 여성 관련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이민정 관장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이곳에서는 6월 말까지 ‘여성문화예술제’를 열고 있다. 여성시민문화단체와 박물관의 공동주최로 열리고 있는 이 행사에는 다채로운 볼거리, 즐길 거리, 배울거리 등이 풍성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