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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그의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겨우 주린 배를 채우며 고등학교를 나오자 곧장 돈 버는 일에 달려들었다.

다달이 받는 월급은 그가 원하는 만치 돈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지 못했다. 그는 그 일을 집어치우고 아예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 바닥에 와야 돈도 제대로 벌 것 같았다.

그는 포목점의 점원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비단 장수가 돈 버는 요령을 익혔다. 그는 아니 입고 아니 먹으며 오직 돈만 모았다. 그 돈으로 작은 포목점을 차렸다.

당시만 해도 포목점이 귀한 시대라 조금씩 단골들이 몰려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주머니가 두둑해졌다. 돈이 모이니 살판이 났다. 그래서 아예 점포에 젊은 여자 하나를 심부름꾼으로 들여놓았다. 월급 몇 푼을 주고도 그는 그 여자를 입안의 혀처럼 부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돈의 위력이 그만큼 세다는 걸 나날이 실감한 그는 오직 돈 버는 일에만 눈이 멀었다.

통장에 돈이 좀 모였다. 집도 반듯한 것으로 샀다. 이제 세를 줄 반듯한 상가 하나를 사는 게 그의 꿈이었다. 그 꿈이 현실이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날이 단골들이 늘어나고 그의 가게도 세를 더해갔다. 그러나 그게 한계였다.

그에게 병이 닥쳤다. 슬슬 몸이 피곤해지면서 이런저런 지병이 나타났다. 그래도 그는 돈이 우선이었다. 어떡하든 돈은 긁어모아야 했다. 몸은 돌보지 않고 죽자사자 일을 했다. 끝내 그의 몸이 망가졌다. 병원 출입도 잦아지고 늘 약봉지가 그의 주변에 따라다녔다.

그때쯤 몸종처럼 부려먹던 여자도 그의 곁을 떠나갔다. 환장할 지경이었다. 한동안 그는 떠나간 그 여자를 못 잊어 몸부림을 쳤다. 그러자 그의 지병도 점점 더해갔다.

얼굴은 병색이 짙어졌고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사흘들이 병원 출입을 하며 천금 같은 돈을 의사들한테 갖다 바쳤다. 돈이 엉뚱한 데로 새기 시작하자 그의 점포도 점점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늘 오던 단골들도 하나둘 옆집 가게로 빠져나갔다.

그러는 사이 그의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그는 병원 출입을 밥 먹듯이 했다. 주변에선 그런 그에게 이제 그만 가게 일을 접고 쉬라는 소리를 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는 심한 적대감을 느꼈다. 마치 그의 수중에 든 돈을 그자들이 뺏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 먹고 싶은 누룽지탕 한 그릇, 군밤 한 봉지 돈이 아까워 사 먹지 못하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오직 돈 모으는 데만 온 정신을 바친 그였다. 돈은 그의 우상이요, 삶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돈이 모였다고 투자할 줄도 모르고 오직 돈(현금) 세는 재미로 사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그런 어느 날 그는 병원에 입원했다. 더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죽음이 가까이 온 걸 느끼며 그는 눈물을 흘리며 지나간 날들을 생각했다.

“내 평생소원이 돈 한번 실컷 만지고 죽는 것인데, 돈 한 번 제대로 만져보지 못하고 죽는구나”

천금보다 소중히 여기던 돈! 오직 돈, 돈, 돈 생각을 하며 그는 끝내 눈을 감았다. 평생을 그렇게 알뜰살뜰 모았던 그 돈은 그의 아들 손으로 다 들어갔다. 아들이 그가 남긴 통장을 보고 이렇게 빈정거렸다.

“원, 아버지도. 돈을 남기려면 제대로 좀 남기지. 평생 모은 돈이 겨우 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