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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죽음에 이르는 병

죽음에 이르는 병

                                /강성은



마당을 가져본 적 없는 아이들이

개와 놀고 있다.



주방을 가져본 적 없는 부인이

그릇을 닦고 있다.



집을 가져본 적 없는 사람이

눈 덮인 산에 불을 지른다.



어느 날

잠긴 서랍을 열어보고

어두운 쥐구멍에 손도 넣어보고

잠 못 이루는 밤이면

눈먼 새소리를 흉내 내며 우는 사람들



먼 나라에서는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나와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지



울음을 그치고 잠들면

데리고 놀던 개에게 물려

병에 걸리는 시간이다.

 

 

덴마크의 철학자 키에르 케고르는 그의 저서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절망’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철학서와 동명의 제목을 가진 이 시는 마당을 가져 본 적 없는 아이들과 주방을 가져본 적 없는 부인과 집을 가져본 적 없는 사람이 등장하고 각각 개와 놀고 그릇을 닦고 눈 덮인 산에 불을 지른다. 가질 수 없는 것을 흉내 내다 결국은 그 허무함에 스스로를 절망케 하는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건 오직 꿈을 꿀 수 있는 잠 뿐이고 결국 잠이 든다는 건 죽음을 경험하게 하는 시간일 뿐이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제시되지 않고 오직 절망만이 계속해서 현 상황을 괴롭히면서 절망이 다시 절망을 낳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 맨 밑바닥에 잠자고 있던 건 ‘희망’이다. 희망만이 우리를 절망에서 구원할 수 있다. 흉내만 내면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수많은 절망에게 희망이라는 손을 내밀 시간은 언제 도착할 것인가./이기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