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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돌아온 시인의 작별 인사

색채·말·기억 등 뒤엉켜 있는
떠나보내야 할 것 시집으로 엮어
‘예민한 감정의 파동’ 60편 담아

 

 

 

불면의 밤에 그려 낸 ‘환(幻)’의 풍경.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김두안의 두 번째 시집.

그가 “안녕(Goodbye)”을 고한다는 또 하나의 시집을 내 놓아 최근 눈길을 끌고 있디.

10년 만에 60편의 시를 들고 돌아온 시인 김두안이 건네는 인사다.

그가 애써 건넨 “안녕”은 다름 아닌 작별의 인사다. 떠나보내야 할 것들을 그러모아 한 권의 시집으로 엮은 그는 “내가 쓴 詩들에게”(‘시인의 말’ 중에서) 작별 인사를 건넨다. 색채와 공기, 말과 기억, 사연과 사물 등이 뒤엉켜 있는 뭇 시들에게.

어쩌면 이 시집이 무려 ‘10년 만에’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오래도록 준비한 ‘작별 연습’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 짧은 한 마디 “안녕”을 발음하기 위해 그가 얼마나 많은 밤을 불면에 뒤척이며 보냈을지, 섣불리 헤아릴 수조차 없다.

다만 10년의 공백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는 있겠다.

분명 그의 세계에 숱한 변 화가 일었으리라는 것. 2006년 ‘한국일보’로 등단해 ‘바람이 이’(함민복)는 시편들로 강렬한 서정을 선보인 바 있는 김두안 시인의 세계는 과연 10년 사이 사뭇 변했다.

2009년 상재한 시집 ‘달의 아가미’가 한번 호흡하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함이 배어 있는 시집이라면, 이번 시집 ‘물론의 세계’는 예민한 감정의 파동이 얼어붙은 강물에 봄의 입김을 불어넣는 시집이다.

이번 시집 ‘물론의 세계’에는 시각과 청각을 압도하는 감각적인 이미지로 “예민한 감정의 파동”을 일으키는 60편의 시들이 자리해 있다.

그의 시 세계 저변에는 시청각 이미지를 평면에 옮겨 내는 미술적 감각도 한몫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력이지만, 민족미술인협회 회원으로 수차례 그룹전에 참여했던 그는 세계 최초로 갯벌을 재료로 한 ‘갯벌 판화전’을 개최한 미술 작가이기도 하다.

고향이 전남 신안인 시인은 갯벌에 색을 입혀 단 한 판밖에 찍지 못하는 갯벌 판화 작업을 하면서 “내 마음도 항상 자연을 닮은 잿빛이길 바라고 있고 나에게는 갯벌과 그 색감은 나의 문학적 색감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시집의 표지 색도 갯벌에 가깝다. 김두안 시인이 펼쳐 내는 무채색 세계는 잠 못 드는 밤, 절제된 슬픔의 언어로 빚은 세계이다.

시집 페이지를 들춰 아무 시편이나 읽어 보라. 그 시가 어떤 시이든 시집을 펼쳐 든 당신을 ‘빗물에 젖는’, ‘기억’들을 매만지면서도 “난 괜찮아요”(‘물론의 세계’)라고 속삭이는 ‘물론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김포=천용남기자 cyn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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