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은 여야간 희비가 엇갈린 하루였다. '4.15 총선' 때완 달리 '6.5 지방 재보궐선거'에서 민심이반 현상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6.5 재보궐선거' 개표결과 총력을 쏟았던 부산시장 선거뿐아니라 절대 우세라고 예상했던 전남지사 등 광역지자체장 선거에서 완패하자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신기남 의장은 5일 저녁 영등포 당사에서 당직자 10여명과 개표방송을 지켜보다 초반부터 열세를 면치 못하자 "선거결과를 겸허한 마음으로 지켜보겠다"고 말한 뒤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임종석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민심을 받들어 개혁과 안정을 조화시키고, 민생경제를 회생시키는 책임여당, 열린우리당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말했다.
또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대다수 의원들은 이번 재보선의 의미를 축소키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직계로 분류되는 조경태 원내부대표는 "투표율이 낮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수 없다"며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유시민 의원(고양 덕양갑)은 "지방선거 결과와 대통령관 전혀 상관이 없고, 총리는 총리 역할 잘하는 사람을 대통령이 지명하면 될 것"이라며 부산시장 선거에서의 패배가 김혁규 의원의 총리지명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을 경계했다.
당 지도부와 청와대를 향한 강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문석호 의원은 "당은 의사결정 과정도 투명하고, 당청, 당정 관계도 제대로 설정해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당으로 거듭 나야한다"며 "제2의 창당을 하는 심정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개표 결과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고무된 모습을 감추지 못한 채 선거결과에 "민심이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반영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저녁 9시부터 30여분간 국회대표실에서 진영 비서실장과 함께 기쁜 표정으로 개표상황을 지켜보며 "지난 총선 때처럼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국민들의 선택에 맡길 뿐"이라고 말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여당은 다수의 힘만 믿고 오만함에 빠지지 말고 경제살리기와 민생안정에 주력하라는 국민의 따가운 소리"라고 논평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이번 승리는 한나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의 따끔한 심판"이라면서 "한나라당은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겸손한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대통령 탄핵정국의 '직격탄'을 맞아 존망의 위기에 몰렸다가 전남지사 보선 승리로 '고토회복'에 성공하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으로 돌아섰던 전남 민심이 당의 부활에 힘을 보태줬다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민생안정을 위한 정치에 매진하겠다고 공헌했다.
한화갑 대표는 "민주당을 살려내자는 호소가 먹혀들어 갔다고 생각한다"면서 "전남도민에게 감사드리고 박 후보가 전남 발전에 몰두할 수 있도록 당력을 모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