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변동 때마다 시중은행들이 시차를 두고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를 조정해 이자 마진을 챙기는 행태에 대해 ‘얌체식 이자놀이’라는 지적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당초 이날 예금 금리를 인하하려고 했던 일정을 연기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관련 부서 협의가 늦어지고 있다. 이달 중으로 예금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정해진 일정이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1.5%에서 연 1.25%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 7월 1.75%에서 1.5%로 낮춘데 이어 추가 인하한 것이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기준금리 인하 폭을 기준으로 예금금리 하향 조정에 나섰다. 실제로 7월 인하 당시에도 주요 은행이 대부분 1~2주 정도 시차를 두고 예금금리를 0.25~0.3%포인트 내린 바 있다.
은행권이 저금리시대에 계금 이자율을 인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한은 기준 금리 인하 이후 예금 금리가 결정되는 통상적인 시간인 일주일 전후가 훨씬 지나도록 시중은행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문제는 예금금리는 재빨리 큰 폭으로 내린 반면, 대출금리는 최대한 끌면서 소폭만 인하한다. 금리 변동기에 단기간 예금·대출 마진을 극대화하는 ‘이자놀이’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중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에는 예금 금리를 늦게 인상하면 여론 때문에 서둘러 올린다”며 “반면 금리를 인하할 때에는 늦게 내릴수록 고객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한다”고 말했다.
당장 예금 금리를 낮추면 은행은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금리 인하로 고객을 다른 은행에 뺏기고 여론의 비판을 받을까봐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이같은 은행들의 이자율 방식이 소비자들의 금융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금융소비자들의 지적이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그동안 기준 금리가 인하하면 이를 즉각 반영해 예금금리를 낮춘 반면, 인상이 예고되면 그보다 앞서 인상한 뒤 추가로 대출금리를 올리는 경향을 보여왔다”며 “이같은 금리 조정은 소비자들의 금융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주철기자 jc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