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가장 높았던 ‘경기도 합계출산율’이 26년 만인 지난해에는 광역 도 단위 지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남성 고용률과 주택담보대출 등 경제적 요인과 함께 서울의 저출산 문화를 닮아가는 ‘서울화 현상’이 두드러져 출산율 하락 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지난 5일 경기연구원에서는 한국은행 경기본부와 경기연구원이 함께 ‘경기도, 인구와 고용 - 출산율 급락 현상 및 지역 경쟁력의 일자리 효과 분석’을 주제로 하는 지역경제 세미나가 개최됐다.
인구와 고용문제를 지역 경제와 연계한 경기지역 발전 과제를 논의하고자 마련된 이날 세미나에서 ‘경기지역의 출산율 급락 현상 분석’을 주제로 발표한 한양대학교 하준경 교수는 급락한 경기지역 합계출산율을 지적했다.
하 교수에 따르면 1993년 경기지역 합계출산율은 1.86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지만, 지난해 기준 1로 급감했다. 이같은 감소 폭은 같은 기간 서울(1.28→0.76)보다 더 커 전국 최대 낙폭이었다.
지난해 출산율을 최저 순으로 보면 경기도에 이어 전북(1.04), 강원(1.07), 경남(1.12), 경북·충북(1.17), 충남(1.19), 제주(1.22), 전남(1.24), 세종(1.57) 등의 순이었다.
하준경 교수는 현재의 저출산 기조를 교육·경제 수준 향상으로 조성된 ‘문화’로 분류하고, 서울에서 발현된 만혼·저출산 문화가 성남 분당와 고양 일산, 과천 등 인접지역을 거쳐 도내 전역으로 확산됐다고 진단했다.
‘여성 1천명당 출생아 수 추이’를 보면 30~34세 출산율은 해당 기간 꾸준히 증가한 반면 25~29세는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인데 대해 그는 출산 연령 상승으로 인해 반복되는 출산 공백이 기본적으로 출산율을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또 지역별 출산율이 집값 상승률, 남성 고용률, 교육 수준 등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5~2017년 도내 아파트 매매가와 실업률 수치를 합계출산율과 각각 비교한 자료를 통해 남성 고용률은 출산율을 끌어올린 반면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아파트 전세값, 실업률 등은 출산율과 반비례했다고 분석했다.
하 교수는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는 경제적 요인 이외에 경기지역의 경우 서울과 인접한 도시의 출산율 하락 폭이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도내에서 지난 2000년 대비 지난해 출산율이 가장 크게 감소한 지역은 안산(1.80→0.88)과 시흥(1.94→1.14), 용인(1.78→0.98), 과천(1.54→0.80)이었다
이같은 경제적 요인을 걷어내면 서울을 비롯해 저출산을 주도하는 대도시와 인접한 도내 지역의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이른바 ‘서울화 현상’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교수는 “경기지역에서 서울화 현상 문에 저출산 하락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저출산을 국가적 위기로 인식해 더 늦기 전에 집값 안정과 육아 인프라 확충 등 출산 친화적 정책을 개발하는 등 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주철기자 jc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