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에서 역사학 박사로 변신
수원 나혜석 생가터에 ‘북카페’
어린이역사교실 운영하고파
동네 할아버지 교사 되는 게 꿈
모든 세대 자유롭게 드나들며
책도 읽고 서로 이야기도 하
는 그런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때이른 가을 추위가 걷히고, 주말을 앞둔 지난 22일. ‘행리단길’로 주목받고 있는 수원 행궁동의 한 북카페에서는 낯익은 얼굴이 사람들을 반겼다.
일찍이 개그맨으로 이름을 알리고 역사학 박사로 새로운 인생을 써내려가고 있는 정재환(사진) 교수가 박광일 작가를 초청해 제국에서 민국으로 가는 길 책 소개와 더불어 근현대사 시기 속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풀어냈다.
이날 정재환 교수는 박광일 작가를 비롯해 20여 명의 손님들과 일제 강점기 시기 상해 임시정부 시절부터 광복에 이르기까지 심도 깊은 지식을 나눴다.
박광일 작가는 “근래들어 사람들은 성공을 이룬 사실보다 이루는 과정을 더 뜻 깊다고 여긴다. 예로 충칭 임시정부보다 상해 임시정부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이라며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업적들은 충칭 임시정부 시절 나온 것들로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크쇼를 마친 정재환 교수는 “나이가 들면 더 이상 지금과 같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할 기회가 많지 않을 것 같아 봄뫼라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서로가 가진 생각을 공유하고 지내며 사람냄새 나는 삶을 살고 싶었다”며 북카페를 열게 된 계기를 밝혔다.
정재환 교수는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이후 석박사 과정을 거쳐 개그맨 정재환에서 정재환 박사라는 본격적인 사학도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성균관대 초빙교수,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 등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살다보니 그렇게 됐다. 방송, 한글, 역사에 관심이 많았고 이후 역사와 한글을 접목시켜 논문을 썼다”고 말문을 연 정 교수는 “처음부터 계획을 했다기 보다는 살다보니 좋아하는 이 길을 자연스럽게 걷게 됐다”고 말했다.
봄뫼의 정체성에 대해 정 교수는 “지금이야 학교에서 강의도 초청해주고 불러주는 곳이 있지만 조금만 나이가 들면 그런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다”며 “봄뫼라는 카페를 열어 나만의 공간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좀더 봄뫼가 자리를 잡고 준비를 마치면 어린이역사교실도 운영하고 싶다. 또 이제 어엿한 수원인이 된 만큼 소개영상도 따로 준비 중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재환 교수의 꿈은 특별할 것 없이 지금 자신이 가진 가치들을 지켜나가며, 조금씩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나이가 더 들어 하얀 백발이 나면 동네 할아버지 교사가 되는 게 꿈”이라며 “서로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키워 청소년, 어르신 할 것 없이 모든 세대가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책도 읽고 서로 이야기도 하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에 자리잡은 이유로는 “수원에 위치한 화성은 특히 역사를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다. 또 운이 좋게도 봄뫼가 위치한 곳이 나혜석 생가터여서 주저하지 않고 이 곳을 선택하게 됐다”며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았다. 뼈를 묻을 때까지 아주 오래 살 생각이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봄뫼를 찾는 이들에게 정재환 교수는 “공부로만 역사를 접한다면 삶의 여유가 없고 즐기지 못하지 않겠나. 편하게 커피 한잔 마시면서 일상에서 접하지 못하는 것을 경험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며 “작가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책을 쓰듯,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영감을 얻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khs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