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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문화가 중요하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맞이하는 늦가을은, 한해의 봄보다 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만추(晩秋)는, 그렇게 다가오고 사라진다. 집 근처 산책길은 늘 걷는 기쁨으로 다가온다.

요즘 들어 이렇게 동내 근처를 걸으면서 과연 ‘문화’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회는 무척 복잡하고 그 사회 구성원들 또한 생각들이 각자 다르다. 그리고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더 치열하게 경쟁의 구조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들의 심리적인 격차를 좁히고 인지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문화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제주도 오름 중에서 유독 ‘용눈이오름’을 자주 찾게 된 것은 김영갑 사진작가 때문이었다. 작은 서점에서 우연히 그가 쓴 제주도에서 정착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담담하게 써내려간 수필집 ‘그 섬에 내가 있었네’라는 책자를 읽으면서 ‘김영갑’이라는 이름을 기억했다. 그의 책 속에는 제주도의 풍광 등을 담은 사진도 같이 들어가 있었다. 그 때 유독히 눈에 들어온 것이 ‘용눈이오름’ 사계를 담은 사진이었다. 그가 제주도를 건너와 찍은 자연과 인간을 소재로 한 사진들은 작가로서 ‘혼’이 느껴진다.

성산읍 삼달리에 있는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을 방문, 그의 사진들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자연의 위대함이 전해지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편하고 감동을 주면서 삶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것이 바로 ‘문화’가 주는 힘이자 느낌이 아닐까 싶다.

가을비 내리는 강원도 평창, 감자꽃 스튜디오 ‘감자꽃 가을운동회’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동네 아줌마들이 손수 만들어주신 점심식사를 맛나게 먹었다. 감자꽃 스튜디오는 강원도 평창군 이곡리에 있는 옛 노산분교에 자리하고 있다. 강원도에 위탁을 받아 참신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했다. 이 때 장암산과 남병산, 청옥산으로 이어지는 4시간에 걸친 종주를 했다. 종주 중 ‘숲속의 자연무대’에서 저글링과 인제 남초등학생으로 구성된 아카펠라 공연을 보았다. 상큼하다. ‘소통’의 진정성을 맛본다.

이러한 작은 지역 축제를 통해서도 마음의 치유를 받으면서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이 큰 기쁨으로 다가왔다. 또 하나의 사례, 프랑스 오리악축제에서의 경험이다.

축제 절정, 이 작은 마을에서 제일 큰 학교 체육관에서는 아트 서커스 공연이 준비되어 있었고 티켓을 사전에 구매해서 정문 앞 긴 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공연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정문은 열리지 않았다. 공연자의 공연 준비에 문제가 있어서 늦는 것 같았지만 긴 줄에 서있는 관객들은 아무런 항의가 없었다. 거의 2시간을 그렇게 기다렸다.

그 때 한 관객이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고 어느새 관객들 모두가 같이 휘파람에 맞추어서 노래를 부르고 나중에는 그것이 합창이 되었다. 그들의 모습에는 기다림에 대한 짜증은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들 스스로가 축제 분위기 자체를 즐기는 모습은 아직도 추억되고 있다. 세상은 긍정의 시각으로 보면 소소한 일상마저도 끝없이 아름답다. 바로 ‘문화’가 주는 마음의 충족감이다.

지난 여름 비가 내리던 아침에, 사북역에서 한참 그곳 산길을 걸으면서 올랐던 강원도 사북초등학교, 그곳에서 5, 6학년 80 명의 학생들과 만났다. 내가 관여하고 있는 문화 소외 지역의 현장 평가로 찾은 이곳에서 천상의 아이들을 만났다. 그리고 이곳 초등학교에서 재직했던 교사이자 동화작가인 故 임길택 선생의 아름다운 동시(童詩)를 접했다.

학생들에게는 다정한 모습으로 익숙한 선생의 동시집인 ‘탄광마을 아이들’과 동화집 ‘우리 동네 아이들’에서 발췌한 주옥같은 글들을 아이들은 모든 상상력을 동원해서 자신만의 그림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강원도에서만 근무하시다 일찍 병으로 돌아가신 그의 흔적들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전수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선생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흐뭇했다.

이것이 바로 문화가 가지고 있는 사회 영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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