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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코로나보다 위험한 남조선 영화’

 

 

 

 

 

북한은 코로나보다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가 더 위험하다고 보는 건가? 대한민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을 치르는 중이지만 북한은 사정이 다른 듯 하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최근 북한을 배경으로 삼은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도발 행위’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허위와 날조로 가득 찬 허황하고 불순하기 그지없는 반공화국 영화와 TV 극들을 내돌리며 모략 선전에 적극 매달리고 있다”고 속 뒤틀리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탈북자들이나 북한 내 사정을 지켜보고 있는 여러 단위들이 전하는 소식을 모아보면, 북한에서도 공개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한국 드라마나 노래, 영화를 어느 정도는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한다.

북한 체제에서 말하는 ‘예술’은 자유국가에서 지향하는 ‘개인의 자유로운 창의적 활동’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지도와 당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 인민을 교양할 수 있는 선전 매체 역할을 하는 것이다. 북한의 영화나 드라마, 노래 등 모든 분야의 ‘예술’이 오락적 흥미보다 교양적 선전을 절대적 가치로 우선하는 이유다.

‘우리민족끼리’가 불편한 심사를 드러낸 ‘반공화국 영화와 TV극’이 무엇인지는 지적하지 않았지만, 북한을 배경으로 한 최근 영화로는 ‘사랑의 선물’ ‘백두산’ 등이 있고 TV드라마로는 한국의 부자 아가씨가 북한에 불시착하는 바람에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사랑의 불시착’이란 작품이 있다.

탈북자 출신 김규민 감독이 연출한 영화 ‘사랑의 선물’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게 된 퇴직자 가족이 겪는 극심한 가난과 고립을 그린 경우이고, ‘백두산’은 갑작스런 백두산 화산폭발로 한반도가 위급한 재난에 직면하자 남북한 간 협력라인이 움직여 대응에 나선다는 구성이다. 한국의 작전 팀은 어리버리 아마추어 같은 데 비해 북한 측 등장인물은 엄청난 카리스마를 가진 슈퍼맨 같은 존재로 나온다.

‘사랑의 불시착’은 페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주인공이 돌풍에 휘말려 휴전선을 넘어가게 되고, 북한군의 추격을 받는 것으로 소동이 시작된다는 구성이다. 휴전선을 넘어가는 여자 캐릭터는 부자 미녀 아가씨이고 그를 체포한 북한군 장교는 미남 총각이다. 자연스럽게 ‘남녀북남’ 사이에 로맨스가 시작되고 그 사이에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양념처럼 펼쳐 놓는다. 이전에도 여러 편의 영화에서 북한의 요원이나 정치인들이 한국으로 잠입한다는 설정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사랑의 불시착’은 북한의 거리와 주민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주요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크게 달랐다. 비록 드라마이기는 하지만 북한의 일상 풍경을 구체적으로, 일반적 인식보다 훨씬 풍요로운 모습으로 그린 것을 두고 제작의도가 무어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북한 사회를 소박하고 인간적인 정이 오가는 사회처럼 설정하는 것은 독재 세습 정권이 북한 주민들의 생존과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북한 선전매체가 ‘남조선 당국과 영화제작사들이 허위와 날조로 반공화국 모략 선전에 매달리고 있다’고 하는 것은 그 내용이나 묘사가 북측이 선전하는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이라는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북한 사회를 묘사할 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하라는 경고처럼 보이기도 한다. ‘모략선전’의 주체로 ‘남조선 당국’을 지칭하고 있는 부분은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 청와대 권력이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듯 하다.

한국에서는 북한을 배경으로 삼은 영화들의 대부분이 실제보다 과장되거나 왜곡되었다고 지적하는 경우가 나오고, 북측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노골적인 비난을 내놓는다. 영화든 드라마든 모든 관객을 만족시키기는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북한은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가 코로나균 보다 더 위험하다고 보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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