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의 진퇴를 걸고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 상대방을 날카롭게 공격하는 등 수도 이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행정수도이전 추진에 제동을 걸며 "대통령이 도박판 올인하 듯 행정수도이전에 명운과 진퇴를 걸겠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노무현 정권이 추진 중인 수도이전이 천도로 밝혀지면서 국론분열과 지역갈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수도이전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국민고통을 아랑곳 하지 않고, 무리하게 천도를 추진하다 쫓겨났던 '궁예'의 예를 되새겨 봐야 할 때"라고 직시했다.
이강두 정책위의장도 "유한한 정부의 명운보단 영원한 국민의 명운이 중요하다는 점을 노 대통령은 깨달아야 한다"고 혹평했다.
이 의장은 "노 대통령이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면서까지 행정수도이전을 밀어붙이는 의도가 뭔지 국민들은 걱정하고 있다"며 "국민적 동의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수도이전을 추진하라"고 꼬집었다.
또 한선교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이 행정수도이전을 밀어 붙이는 것은 '노무현식 오기정치의 표출'"이라고 폄하했다.
이와함께 전여옥 대변인은 "천문학적인 천도비용을 아낀다면 30만명의 결식아동 문제는 물론 실업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며 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당 차원에서 행정수도 이전의 타당성을 적극 홍보키로 하고 소속 의원들과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행정수도추진 관련 간담회'를 열어 신행정수도 추진에 대한 여당의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신기남 의장은 오전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한나라당이 무책임한 정략적 행동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신 의장은 "한나라당도 압도적으로 찬성해 통과시킨 법 아니냐"면서 "이제 와 근본부터 뒤흔드는 것은 수도권 표를 의식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현미 대변인은 "노 대통령을 궁예에 비유한 김덕룡 원내대표 발언과 관련, 논평을 내고 "조선왕조는 한양으로 도읍을 옮겨 600년동안 부흥했다"며 "역사책을 제대로 읽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처럼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복수후보지 발표와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치권의 천도논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