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산물 하나가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됐다.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설치되었던 대북 확성기와 정관판 등 선전수단의 철거작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2일 개최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양측 실무대표가 16일 오전 0시부터 8월 15일 오후 7시까지 MDL지역의 확성기, 정광판, 돌에 조각한 적대적 글씨, 입간판, 선전 그림, 선전 구호 등 일체의 선전수단을 제거하기로 합의한데 따른 것이다. 선전수단 철거 작업은 3단계로 나뉘어 실시되는데 임진강 북부지역인 말도-판문점 우측지역의 I단계 작업이 16일부터 시작됐고, 판문점 우측지역-강원도 철원군 갈말읍까지의 2단계 작업은 7월 20일까지, 갈말읍-고성군 현내면까지의 3단계 작업은 8월 15일까지 실시될 예정이다. 북측 역시 철거작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 MDL 북측 지역 곳곳에서 확인됐다고 한다.
남북의 약속대로 대북·대남 선전수단들이 철거되면 155마일 휴전선에서 소란을 피우던 증어와 비방의 소리가 사라지고, 실로 반세기 만에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냉정사적으로 큰 변화인 동시에 골육상잔의 비극에 종지부를 찍는 기념비적 상징이 될만한 사건이다. 물론 적대적 선전수단이 철거되었다고 해서 남북간의 체제와 이데올로기의 갈등과 반목이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좋게 보면 냉전 종식의 서막에 불과하고, 달리보면 경계할 일이다. 상대방을 의심하는 것은 좋지 않다.
우리가 북측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있듯이, 북측도 우리를 전폭적으로 믿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겉과 속이 다를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하면 지난 반세기 동안 남과 북은 공생공존을 상상도 할 수 없는 숙적지간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이 계기가 돼 긴장이 완화되고, 적대관계가 우호관계로 변화했다고는 하지만, 정도 이상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 변화들은 되려 불안과 경계를 갖게 한다. 남북 통일은 우리의 절절한 염원이면서 명제이다. 그러나 앞뒤 가리지 않는 속단과 경거망동은 금물이다. 때가 돼야 열매가 결실하듯이, 남북 통일도 발아와 성장과 성숙의 단계를 거치고서야 실현된다. 따라서 상호 비방 선전수단 철거는 통일로 가는 디딤돌을 하나 더 놓은데 지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