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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세상]‘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일본관객들

 

 

 

한국배우 심은경이 일본 아카데미영화상의 최우수 여배우 상을 받았다. ‘신문기자’라는 영화에서 정부 권력의 비리를 추적하는 기자 역할을 통해서다. ‘신문기자’는 일본영화다. 심은경이 한국인 배우지만, 일본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하여 유력한 영화상 중의 하나에서 주연 여배우 상을 받은 것이다.

일본 영화계가 심은경에게 최우수 여배우 상을 수여한 것은 파격적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일본인들에게 파격이 아니라 우리가 받는 충격이다. 일본영화계는 심은경을 ‘한국배우’라고 특별하게 대우한 것 같지도 않고, 한국배우라고 해서 일본영화에 출연한 것이 뭐가 어떠냐는 정도로 자연스럽게 여긴 것으로 보인다. 그저 일본 영화 한편에 출연한 배우이고, 탁월한 연기를 보여준 연기자라고 평가한 것이 아니라면 특정 영화제의 주요 부문 상 수상자로 결정할 수 있었을까? 한국영화계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일본인 배우를 기용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지만 수상 후보에 오른 경우는 없었다. 대종상이나 청룡영화상에서 일본인 배우에게 트로피를 안긴다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관객은 무심하게 “t아들일까?

지금 한일관계는 복잡하다. 세계 여러나라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적대적이거나 불편한 나라로 치면 첫 손에 꼽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일본이 한반도를 지배한 시기의 보상문제를 두고서도 그렇지만 일제 강점기의 위안부나 징용문제로 한바탕 소동을 겪었고 교과서 문제나 독도 영유권 문제는 아직도 논란 중이다.

최근에도 일본을 엄중하게 다루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여러 차례 나왔다. 지소미아 문제는 해결된 것인지 아닌지 알지 못한 상태로 봉합이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로 UN 회원국 숫자만큼이나 많은 나라들이 국경을 봉쇄하고 있지만 유독 일본에 대해서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본으로 가는 하늘길을 모두 막았다.

모치즈키 이소코 도쿄신문기자는 일본 총리 관저를 출입하지만 비판적인 기사를 써 대는 기자로 유명하다. 우리로 치자면 청와대 출입하면서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악덕기자’인 셈이다. 그렇다고 기자 개인을 향하거나 그가 속한 언론사를 향해 어떤 형태로던 퇴사 압력을 받았다는 흔적은 없다.

대한민국은 다르다고 해야 할까. 2019년 신년 기자회견에선가 어느 기자가 경제 상황을 낙관하는 대통령을 향해 ‘자신하는 근거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다가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기자 주제에 감히’ ‘대통령에게 무례하게’ 따위의 질타를 받았고, 그가 속해있는 방송국의 재허가도 문제가 되는 일이 있었다. 결국 그 기자는 사임하고 말았다. 자신으로 인해 회사까지 곤란을 겪는 것을 보면서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우리와는 많이 비교가 되는 그림이다.

‘기생충’은 12주 연속 흥행 중이라 한다. 31일 일본 흥행통신사가 집계해 발표한 28~29일 주말 흥행순위에 따르면 개봉 12주째를 맞이한 '기생충'이 그 앞 주에 이어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하며 상위권을 유지했다. 누적 관객수는 329만명, 흥행 수입은 45억 엔(약 506억 원)을 기록했다. '패러사이트:반지하의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12월 27일 일본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지난달 2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데 힘입어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흥행 중이다. 일본 영화 중에서 이렇다 할 히트작이 없고 오랫동안 상영하는 경우도 드문 한국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영화가 문화의 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심은경의 수상과 ‘기생충’의 장기 상영 두 가지 사례는 보여주고 있다. ‘영화는 영화’라고 할 때의 영화는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것을 뜻한다. 심은경의 수상과 ‘기생충’의 장기상영은 정치와 무관한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일본 영화 관객이 보여 준(보여주고 있는) 성숙한 태도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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