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불법 촬영, 미투 등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으면서 어느 때보다 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릴 때부터 올바른 성 지식과 젠더 감수성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에 사회 전체가 공감하는 분위기다.
‘나는 성을 가르칩니다’는 현직 성교육 강사가 집, 학교, 교도소, 상담실에서 해온 다양한 색깔의 수업을 담고 있다.
현직 성교육 강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는 성교육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더 좋은 강의를 하겠노라 의지를 다지는 한편, 성교육을 ‘대리’해주는 강사만 믿고 집에서 관심을 꺼버리면 어쩌나 조금은 걱정하며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체계적인 성교육을 받아본 적 없는 지금의 부모 세대는 ‘성’을 주제로 성인끼리도 진지하게 대화하기 어려워한다.
부모와 심리적으로 독립하고 싶어 하는 청소년기 자녀와는 일상적인 대화마저 뜸해지니 더 어려워지기 마련인데 저자는 보호자들의 어려움을 보듬는다.
만 5~7세 어린아이부터 18세 고등학생까지,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 상담과 그들의 부모 면담, 재범방지 교육 처분을 받은 성범죄자들을 만나온 그의 경험이 담긴 이 책에는 정보 전달 중심의 ‘성교육 지침서’에서는 느낄 수 없던 울림이 있다.
저자는 초등 고학년 남학생들이 성폭력예방교육 시간을 달갑지 않게 여긴다면서 ‘잠재적 가해자’ 취급을 받는다며 불쾌해하고, 강사에게 “여성가족부에서 나오셨어요?”, “군대는 다녀오셨어요?”라고 질문하면서 성교육을 ‘남성 대 여성’ 대결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만들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실제로 성폭력예방교육은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로 못 박고 성별에 따라 조심해야 할 행동들을 나열하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며, 불필요한 반발심을 줄이고 성폭력을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게 하려면 목격자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는 목격자 중심 교육을 통해 ‘성폭력은 용서받을 수 없다. 피해자를 돕는 목격자, 폭력을 막는 감시자가 되자’라는 인식이 형성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성폭력을 자기 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청소년 가해자를 상담하면서 성폭력 사건을 대하는 부모의 태도가 해당 사건을 올바르게 해결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 애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으로 시작하는 가해자 부모의 변명은 아이가 잘못을 인정하는 걸 방해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분노를 키우기 때문이다.
끝으로 저자는 ‘나는 성을 가르칩니다’를 통해 “성교육이라는 한 단어 안에 담긴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며 “교육이 필요한 건 오로지 아이들이 ‘행복한’ 성관계를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있어야 한다”라고 성교육은 행복을 응원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신연경기자 shiny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