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 맑음동두천 14.6℃
  • 맑음강릉 20.6℃
  • 맑음서울 15.8℃
  • 맑음대전 15.1℃
  • 맑음대구 19.4℃
  • 맑음울산 16.9℃
  • 맑음광주 16.3℃
  • 맑음부산 16.3℃
  • 맑음고창 14.0℃
  • 맑음제주 16.3℃
  • 맑음강화 13.9℃
  • 맑음보은 16.1℃
  • 맑음금산 14.8℃
  • 맑음강진군 15.6℃
  • 맑음경주시 16.7℃
  • 맑음거제 17.3℃
기상청 제공

[창룡문]며느리의 지혜

대략 100년간 목재를 모아야 새로운 궁궐공사를 착공할 수 있었다. 지방에 근무하는 관리들은 궁궐을 짓는데 쓰일 목재를 마련해 한양으로 보냈다. 숭례문을 복원할 때에도 나무를 베기 전에 고사를 지내는 모습을 언론에서 본 기억이 있다. 충분한 목재가 모이면 궁궐공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공사를 시작한 대목장이 급하게 집으로 돌아와서 머리를 싸매고 누워버렸다. 큰 일을 하던 집안의 기둥이 병석에 누웠으므로 온가족이 크게 놀라고 걱정을 했다. 가족들이 무슨 말을 해도 아픈 이유를 말하지 않았지만 나이어린 막내 며느리가 지속적으로 재롱을 부리면서 시아버지가 아픈 연유를 물었고 이에 시아버지는 네가 알아 무엇이 달라지겠느냐만 더이상 귀찮게 하지 말라는 뜻으로 그 이유를 말했다.

그 사연은 100년동안 역대 왕과 관리들이 모아온 목재중 갯수가 가장 많은 석가래의 길이에 착오가 생겨서 설계보다 짧게 잘랐다는 것. 그래서 3족이 죽게는 멸문의 지경에 이르렀다는 말이다. 시아버지의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들은 가족들은 크게 놀랐다. 하지만 막내 며느리는 태연하게 말했다. 짧게 잘랐다면 다시 연결하면 될 일라 말했다. 대목장은 공감가는 말로 받아들이고 급하게 현장으로 달려가서 새로운 임무를 지시했다. 잘려나간 목재를 네모로 깍아서 둥근 석가래에 연결하도록 하였다.

궁궐을 짓는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준공된 궁궐의 처마를 본 임금님과 신하들은 그 아름다움에 칭찬과 함께 큰 상을 내렸다. 그동안의 한옥 추녀는 반달처럼 부드럽게 올라가고 내려가는 모습이었는데 잘못 자른 석가래를 이어 붙이니 단조로운 추녀의 흐름이 더욱 더 화려해진 것이다. 이런 일로해서 한옥의 추녀에 나무를 연결하는 공법이 생겨났고 이를 부연(付椽)이라 하였고, 나이어린 며느리의 의견이 만들어졌다해서 부연(婦椽)이라고도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처럼 제아무리 절박한 일을 당하더라도 끝까지 침착하게 해법을 찾아내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라는 뜻으로 풀린다. 요즘식으로 풀면 젊은이의 의견에도 귀기울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고자 한다.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