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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마을방송과 SNS

1975년 초여름날에 시골마을에 쇳소리가 울려퍼진다. “신 이장님께 알립니다. 내일 오전 11시에 면사무소에서 이장 회의가 있다고 면사무소 담당서기의 연락이 왔습니다.” 잠시후에 다시 울려퍼지는 스피커 소리. “네네, 이장님 잘 알겠습니다.” 이 소리는 화성시 어느 시골마을 구 이장장님과 신 이장님이 면사무소 긴급 연락사항을 주고받는 동네 마이크 대화다. 


고향마을에 우체국 교환전화기 한대가 배정되었다. 당연히 동네 이장님 댁에 설치되었고 동네 사람들의 바깥세상 연락처가 되었다. 도시로 나간 큰 아들이 시골집 막내에게 연락을 하고 시골에 사시는 어머니가 도시로 나간 아들딸에게 할 말이 있으면 이장님댁에 간다. 이장님이 우체국으로 연결해서 시외전화를 신청해준다. 그런데 이처럼 소중한 역할을 하시던 이장님이 사직했다. 당연히 동네 마이크는 신 이장님댁으로 이전하였지만, 안타깝게도 전화기는 먼저 구 이장님의 개인소유였다.


그래서 구 이장님 댁에 동네 마이크를 하나 더 놓기로 했다. 소나무에 매달린 스피커는 4개 그대로인채 마이크시스템을 하나를 더 들인 것이다. 그래서 동네로 걸려오는 전화는 먼저 이장님이 받아서 동네에 알려주는 역할을 하면서 그중에 신임 이장님께 오는 면사무소의 연락사항도 전하게 됐다. 그 결과 면사무소와 이장님간의 업무는 상세하게 알려지는 공개행정이 가능해졌고 따로 연락을 하지 않아도 내일 이장님이 면사무소에 가시니 필요한 민원을 전날 저녁에 신청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우리는 한집안에서도 가족간에 문자를 보내고 외식하러 온 가족 4명은 음식을 기다리며 각자 전화기를 만지작거리고 식사 후에도 SNS에 빠졌다가 엄마가 카드를 긁으면 모두 나가서 아빠의 승용차를 타고 모바일을 보면서 집으로 간다. 여유와 대화가 사라진 요즘의 세태를 보면, 어린시절 느림과 포근한 정이 넘치는 1975년경 우리동네 모습이 생각난다. 쇳소리나는 동네 마이크 하나가 동네사람과 도회지 가족간의 제한적인 SNS(Social Network Service)역할을 다 하던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혼자만의 가냘픈 감성은 아닐 것이다. /이강석 전 남양주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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