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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기행]인생을 바꾼 음악 한편

 

돈데 보이(Donde Voy). 요즘 뜬금없이 30년 전 드라마 삽입곡이었던 라틴 포크송을 한숨 섞어 흥얼거린다.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요’ 라고 번역되는데, 시간만 나면 배낭 매고 훌쩍 나라 안팎을 떠도는 게 유일한 호사였던 내게 코로나로 발 묶인 현실은 우울하다.


답답한 마음에 동네 서점 나들이가 잦아졌는데 그제 구석진 곳에서 뜻밖의 책을 발견했다. 탱고 입문서인데 저자가 20여년 전 방송 인터뷰 일로 만났던 시인이었다. 읽고 쓰고 음악 듣는 게 삶의 전부라 은둔형 외톨이처럼 사는 게 좋다던 그가 세상에! 탱고댄서로 변신해 있었다. 게다가 탱고학원을 운영하고 탱고영화까지 제작했다는데 한마디로 탱고전도사가 됐다는 얘기다. 시작은 ‘한 영화의 배경음악이었던 탱고가 불을 붙이면서’란다. 한 곡의 음악이 삶을 바꿔버린 것이다.


오래된 독서모임의 멤버였던 대학 무용과 H교수도 그랬다. 발레 동작이 몸에 배어 말도 동작도 우아, 반듯했던 H교수는 음악에 카스트라도 있는 듯 발레 배경음악인 서양 클래식을 최고라 했다. 그러던 그녀가 어느 해 세밑 송년회를 마치고 귀가하던 택시 안에서 취중에 들은 플라멩코 한 곡에 꽂혀버렸다. 술기운 때문은 아닌 듯, 이후 플라멩코 연주를 찾아듣기 시작하더니 춤까지 입문, 지난 달에는 발표무대를 가졌다. 내 눈에는 반듯, 우아, 고상한 발레무대에서보다 꽃무늬 드레스에 머리에 꽃 꽂고 추던 플라멩코 무대에서의 그녀가 더 행복해보였다.


내 경우도 방송작가 외길을 걷다 음악 강의를 하게 된 계기가 한 곡의 음악이다. 집시 음악이었다. 20년 전 KBS 드라마 ‘푸른 안개’에 흐르던 집시 밴드 젤렘(Djelem)의 바이올린 활이 심장을 그어버린 것. 한동안 젤렘의 리더, 바이올리니스트 세르게이 트로파노프의 연주에 빠져 살았다.


시인과 교수, 그리고 내 인생을 바꾼 탱고, 플라멩코, 집시음악. 모두 월드뮤직이다. 혹시 음악이라면 서양 클래식이나 미국, 영국 팝음악을 취미로 즐기고 노래방에서는 가요, 트로트를 즐기며 살아오지 않았는지. 그런 우리에게 월드뮤직은 묻는다.


이 지구상에 약 200개의 나라가 있고 인류사에 수 천개 민족이 존재해왔는데, 또 그 나라와 민족만큼의 다양한 역사, 문화, 언어가 만들어낸 수많은 음악들이 있는데 우리는 평생 몇 종류의 음악을 만나고 가는 것일까. 음악 한 곡이 인생을 바꿔버리기도 하는, 그 경이로운 세계를 모르고 살아온 것이 억울하지 않은가. 그러나 월드뮤직이 ‘세상의 모든 음악’ 인만큼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사람이 많다. 천천히 가보자.


시작은 우선 앞에 소개한 ‘세 사람의 인생을 변하게 한 음악’부터. 시인을 탱고에 빠지게 한 영화는 영국의 샐리 포터 감독,주연의 탱고 레슨(The Tango Lesson)인데 영화 OST 중 샐리 포터가 직접 작사, 노래하고 첼리스트 요요마가 연주한 ‘I am you’를 추천한다. 물론 세상 좋아져서 유튜브로도 감상 가능하다.


반듯, 우아, 고상한 H교수 머리에 꽃 달게 한 플라멩코 추천곡은 스페인 출신 피아니스트 다비드 페냐 도란테스가 만들고 연주한 집시들의 노래 오로브로이(Orobroy)인데 반드시 끝까지 들으시라. 감동을 넘어 잠시의 감전 상태를 실감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집시음악은 몰도바 출신의 세르게이 트로파노프가 고향을 그리며 만들고 연주한 몰도바(Moldova). 이 세 곡만으로도 당신을 ‘헤어나오기 힘든’ 월드뮤직의 늪에 빠뜨릴 자신이 있다.
(유튜브에서 ‘김여수의 월드뮤직기행’을 검색하면 소개한 곡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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