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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박원순의 마지막 ‘선택’에 동의할 수는 없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충격적인 자진 사건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박 시장의 비보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은 유사한 추문에 연루돼 있어서 더불어민주당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동하고 있다. 아직 석연히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정황증거 상 박 시장의 죽음 역시 시장실 여비서의 ‘미투(Me too)’ 고소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유력하다. 아무리 그래도 박 시장의 마지막 선택에 동의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박 시장의 비극적 종말은 진영의식의 포로가 돼버린 정치권에 또 한바탕 대결적 논쟁을 몰아오고 있다. 논쟁의 핵심에는 서울시가 결정한 서울시장(葬)을 놓고 벌이는 ‘과잉 장례식’ 비판, 성추행 피해자가 존재하는 인사의 장례에 대한 조문의 당·부당 문제다. 하나는 한 인물이 남긴 업적에 대한 평가에 연결돼 있고, 또 하나는 좀처럼 설명되지 않는 지도층의 천박한 성인지감수성(性認知感受性) 문제와 연관돼 있다.


안희정 전 지사는 수행 여비서에 대한 위력에 의한 성폭행 혐의로 영어(囹圄)의 몸이 돼 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하자 곧바로 ‘잘못했다’고 죄를 깨끗이 인정하고 징벌을 감수하고 있다. 오거돈 전 시장 역시 자신의 범법을 전면 부인하지는 않는다. 순간적인 실수로 일평생 쌓아온 명예를 하루아침에 오욕의 깊은 땅속에 묻어버린 두 사람의 모습은 만감을 부른다.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피해 여성의 고소가 시작되자마자 목숨값으로 빚을 갚아버린 것으로 정리되고 있다. 대통령 후보로 회자되던 인물의 마지막치고는 너무나 허망하여 지지자들의 심정은 그저 망연자실 일색일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극단을 선택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이 떠오른다. 노무현, 노회찬, 박원순 세 사람은 세상을 향해 무수한 ‘곧은 소리’를 하던 사람들이 치명적인 자기모순이 드러났을 때 목숨으로 빚을 갚았다는 측면에서 용단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천인공노할 못된 짓, 사악한 행위들을 숱하게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살아남는 이들이 수두룩한 세상에서 그게 어디냐고 두둔할 만한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세상은 죄가 드러났을 때 그 죄를 뉘우치면서 살아있음을 더 옳게 여겨야 바람직하다. ‘자살’은 그를 바라보는 다수의 영혼을 타살하는 더 큰 범죄라는 말도 있다. 훌륭한 일을 많이 하고 살다 간 박원순의 영면을 빈다. 그러나 노무현, 노회찬 때도 그랬듯이 그 마지막 선택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