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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제비 들다

 

참으로 오랜만에 찾은 집이다. 비어 있던 집.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처마 밑으로 앙증맞은 집 한 채가 눈에 보였다. 이럴 수가, 요즘 보기 드물다는 제비 가족이, 어머니 떠나시고 홀로 남아있던 그 집을 달래고 있었던 것이다. 빈 집 가득 지지배배, 지지배배 노래로 채우며 제비 한 쌍 연거푸 드나들고 있었다. 문지방에 앉아 왁자한 제비가족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온 가족이 다시 모인 듯 활기차게 느껴졌다.


요즘은 제비가 살기 힘든 세상이라 했다. 처마가 있는 집도 잘 없거니와 먹이사냥이 용이한 논을 끼고 집을 마련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라니. 요즘같이 험난한 세상에, 남향 그것도 낮은 처마에 어미 아비 비상 대기 할 전깃줄까지 나란히 준비된 집을 턱하니 구하다니. 기특한 고 녀석들, 쉼 없이 먹이를 잡아다 차례차례 새끼 제비에게 먹이는가 하면 새끼가 엉덩이를 쳐들 때마다 하얀 똥 하나씩 받아 물고 나가기도 했다. 바쁜 어미 마음 아는지 모르는지 어미, 아비 들 때마다 입만 벌리고 밥 달라 졸라대는 새끼제비 보다말고 그만 가슴이 먹먹해졌다.


새끼일 때는 도무지 모를 일이다. 나도 새끼일 때는 몰랐었다. 어미 아비가 얼마나 힘들게 돈을 벌어 오는지, 집안은 왜 깨끗할 수 있는지 나는 몰랐었다. 그저 어른들이 챙겨주는 것 먹고, 입혀주는 대로 입고 살다가 어른이 되고서야 아프기 시작했다. 새끼들을 위해 내가 집 밖에서 일을 하고 안온한 집안을 지키기 위해 보살피는 것이 문득 문득 힘에 부쳐서 말이다. 입사시험에 연거푸 실패하고 파김치가 된 새끼들을 끌어안고 굳은 심지로 ‘괜찮다, 괜찮다’ 말했던 그 밤에도 나는 혼자 억수 눈물을 흘린 날 있었다. 육남매 한 방에 잠재우고 눈앞이 캄캄했을 내 부모님 마음이 문득 느껴졌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우리나라에서 제비는 반가운 소식을 안고 온다고 해서 길조로 알려져 왔다. 겨우내 움츠렸던 동물, 식물이 기지개를 켜며 싹트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이른 봄. 그 봄에 찾아온 제비가 해동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하다 보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어쩌면 어려서 읽었던 흥부전의 흥부가 새끼제비 부러진 다리를 치료해주고 복을 받는 그 이야기책에서부터 제비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나에게는 각인되어 왔는지도 모른다. 삶이라는 쉽지 않은 긴 여정 중에 문득문득 이른 봄의 희망처럼 찾아와 새로운 힘, 활력을 심어주던 제비. 오늘 내가 만난 제비 또한 나에게 환한 웃음을 안겨주는 길조로 다가옴에 분명하다.


지금은 병원에 계시는 엄마를 기다리며 집안을 깨끗이 정리해보려 한다. 머지않아 어머니 돌아오시는 날, 하나도 어색함 없이 어제 비운 듯 따스하게, 제비 가족 더불어 나의 온기 차곡차곡 채워보려 한다. 제비집 밑으로 새끼제비가 떨어지지 않게, 제비 똥으로 문지방 지저분해지지 않게 든든한 받침대 하나 대어주는 것도 잊지 않기로 한다. 새끼제비 연거푸 재재거리는 모습으로 보아 어머니 환하게 웃으며 돌아올, 그 날 또한 그리 멀지 않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