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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기행]황홀한 독학의 세계

 

“베사메 무초 몰라요? 백만송이 장미는요?”


‘월드 뮤직’을 낯설어하고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몇 년 전, KBS 라디오 방송에서 ‘한국인이 사랑하는 월드뮤직’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1위부터 5위까지를 보면, 베사메 무초, 포르 우나 카베자, 엘 콘도르 파사, 백만송이 장미, 크레네스(백학). 동영상을 튼다면 모두 흑백일 듯한 오래된 노래들이다. 그렇다고 월드뮤직이 나이든 이들만의 음악은 아니다. 에일리가 베사메 무초를 부르고 국카스텐 하현우가 백만송이 장미를 불러 히트시킨 예처럼 젊은 가수들이 끊임없이 그 먼 나라들의 옛노래를 다시 불러 히트시킨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다는 ‘베사메 무초’는 멕시코 노래로 2차세계대전 당시, 전쟁터로 가기 위해 헤어지는 연인들 사이에서 퍼지며 인기를 얻었다. 영어로 번역하면 ‘Kiss me much’ 즉 ‘키스를 많이 해주세요’라는 뜻이니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이생에서 마지막일지 모를 연인들의 애타는 심사에 불을 붙였다.


가사를 살짝 들여다볼까. ‘나에게 키스해줘요. 아주 많이 키스해줘요/ 마치 오늘 밤이 마지막 밤인 것처럼/ 나에게 키스해 줘요 아주 많이 키스해줘요/ 이 잠이 지나고 나서/ 당신을 잃게 될까 두려워요.’


그런데 이 노래를 만든 이는 멕시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자인 콘수엘로 벨라즈케즈(Consuelo Velazquez 1924~2005)인데, 그녀 나이 16세 때 길가에서 키스하던 연인을 보고 만들었단다. 그런데 노래를 만들 당시는 물론, 25세까지 키스를 해본 적이 없었다나.


어쨌든 첫사랑의 설렘이 아닌 사랑과 인생의 희노애락애오욕을 몇 바퀴 돈 이가 나직히 읊조리는 듯한 이 노래를 첫 키스도 못해본 무명의 10대 소녀가 만들었다니…라고 찬탄하기 전에 알아둘 것이 있다. 스페인 작곡자 엔리크 그라나도스(Enrique Granados 1867~1916)의 피아노 작품 고예스카스(Goyescas)를 듣다보면 베사메 무초의 음률이 흘러나온다. 벨라즈케즈는 이 곡에서 영감을 받아 베사메 무초를 만들었다.


고예스카스란 곡도 영감의 원천이 있었다. 스페인 화가 고야(프란시스 고야 Francisco Goya 1746~1828)의 풍경화들. 내게 고야는 스페인 민중 봉기 등 전쟁의 참상을 주로 그린 화가로 기억됐는데 고예스카스 음악을 통해 일상풍경의 걸작도 많았다는 것을 알았다.


조선 정조 때 문장가인 유한준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고 했다. 이렇게 월드뮤직과의 만남은 단순히 한 곡의 음악을 더 알게 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베사메 무초처럼 세계 2차대전과 스페인 민중봉기라는 그 시대 역사를 깊이 들여다보게 되고 귀에 설었던 작곡가 그라나도스의 음악, 제대로 몰랐던 화가 고야의 세계를 새로 만나게 한다. 노래가 공부로 이끈다. 내게 월드뮤직기행은 황홀한 독학의 세계다.


참, 베사메 무초는 하늘의 별처럼 많은 세계의 스타들이 불렀지만 내가 추천하고 싶은 이는 남자가수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 여자 가수로는 아프리카 섬나라 카보 베르데의 세자리아 에보라(Cesaria Evora), 캐나다의 다이아나 크롤(Dianan Krall)이다.


※www.월드뮤직.com을 검색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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