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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의 파리, 그리고 서울]우리의 지상 과제는 포용

 

박원순 서울시장이 목숨을 끊었다.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피땀 흘리신 분의 말로는 너무도 비극적이다. 이 세상에 슬프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으랴. 그런데 애도도 맘 놓고 할 수 없다. 죽음을 놓고는 왈가왈부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 사회의 감정의 골, 이제 치료할 수 없을 정도까지 와 버린 느낌이다.


왜 우리 사회는 이다지도 혹독한가. 정치인들의 말로는 왜 이다지도 비극적이어야 하는가. 비극을 선택한 것은 그들의 몫이라고 수수방관만 할 것인가. 우리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점을 해부할 필요성은 없는 것인가. 우리는 스피노자의 말처럼 “아무 곳에도 실재하지 않을 인간성을 여로 모로 찬양하고, 그러면서 실제로 존재하는 인간성을 이러쿵저러쿵 헐뜯으며 무슨 숭고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있어 주었으면 하는 인간을 머릿속에 그리고” 그러다가 실망하고 분노하고 처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국과는 대조적으로 프랑스 정치인들의 말년은 영광이다. 파리시장을 18년간 지내고, 대통령이 되어 12년간 프랑스를 통치한 자크 시라크는 2007년 정계를 은퇴해 편안한 노후를 보내다 작년 9월 88세로 타계했다. 마크롱 정부는 시라크 서거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그 중 하나는 시라크 전 대통령 기념우표 출시다. 프랑스 우정국은 지난 16일 시라크 대통령의 초상화를 넣은 우표를 공개했다. 이 날짜는 우연히 선택된 게 아니다. 시라크 대통령의 유명한 벨 디브(Vel d’Hiv) 연설을 상기하기 위해 일부러 고른 것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1995년 7월 16일 벨 디브에서 “이 암흑의 시간은 영원히 우리의 역사를 더럽히고, 우리의 과거와 전통을 훼손하고 있다. 맞다. 독일 점령군의 광적 범죄에 조력한 것은 프랑스와 프랑스의 일부 국민들이다”라고 말했다. 프랑스가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강제 수용에 조력한 것을 처음으로 인정한 용기 있는 연설이었다.


시라크 서거 1주년에 기념우표가 나오는 가장 큰 이음가 있다. 시라크 대통령은 우표 수집가였다.

 

그의 딸, 클로드 시라크는 “아버지는 우표 수집을 세상의 축소판으로 보았다. 그 안에서 깨우치고 자기를 투영하고, 꿈을 꾸었다”라고 회상했다. 일반적으로 프랑스에서는 한 인물이 죽으면 5년이 돼야 기념우표가 나온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예외다. 이 우표 전면에 시라크 전 대통령은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후면에는 삼색기가 받쳐주고 있다. 데생화가 사라 부고(Sarah Bougault)가 시라크 대통령의 시원한 미소와 엷은 윤곽의 얼굴, 그리고 뒤로 단정히 넘긴 머리를 연필로 스케치했다. 이 우표는 50만 장이 발행돼 오는 9월 28일부터 시중에서 판매된다.


시라크 전 대통령의 서거 1주년 기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참으로 크다. 먼저 우리와 달리 전혀 슬프지 않고 기념식이 화기애애하다. 죽은 사람의 취미를 기억해 우표를 만들고 죽은 사람의 고향을 기리기 위해 사랑에서부터 우표판매를 시작한다. 이러한 예우에 사회적 반대나 갈등은 없다.

 

시라크 대통령은 살아생전 인간으로서 허물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위인대접을 하는 프랑스인들. 그들은 과연 바보일까. 아님 위선자일까.


아무튼 우리보다 정치엘리트와 국민 간, 여당과 야당 간 반목과 질시가 없는 건 분명하다. 지금 우리 사회의 최대 지상과제는 서로 간의 포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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