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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으라차차’ 씨름의 기운으로

 

조선시대 화가를 손꼽으라 하면 안견, 정선, 김홍도, 장승업을 거론한다. 그 가운데 김홍도를 빼고는 조선회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보물 527호로 지정된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에 담겨있는 ‘씨름’은 필자가 가장 감명깊게 본 풍속화다.

 

옛날 음력 5월 5일인 단오는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는 품앗이를 통해 모내기를 막 끝내고, 풍년을 기원하며 마을 전체적으로 놀이를 즐겼다. 보통 남정네는 씨름, 여인네는 그네타기를 즐겼다.

 

여기서 김홍도의 풍속도 ‘씨름’을 들여다보자. 씨름꾼 두 사람이 가운데에 자리하고 관중들은 원형으로 둘러앉아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구경한다. 들배지기라는 기술이 들어간 상태에서 드는 사람과 들리는 사람의 표정이 압권이다. 들리는 사람은 눈이 동그래지며 양 미간사이에 깊은 주름이 위 아래로 깊게 패인다. 당황한 기색도 역력하다. 들배지기를 하는 사람은 팔 근육이 힘을 내듯 주름잡고, 입을 앙다문다. 불룩 튀어나온 광대뼈와 각진 턱은 승부를 내고자하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앗차!”하며 들린 이의 당황한 눈빛은 처절하다 시피하고, 드는 이의 승부사적 기질이 담긴 굳은 입. 붓으로 표현한 생생한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현대의 그 어떤 그림도구를 가지고도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붓이라는 도구는 휘어짐이 용이하여 다루기 힘들지만, 오히려 부드럽게 휘어지는 맛을 한층 살린다면 시각적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두 발을 강하게 땅디딤하고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리는 허리춤과 고추선 등, 팔근육, 얼굴표정은 드는 이의 결의까지 품고 있다.

 

화가 김홍도는 절대절명의 아슬아슬한 순간 들린 이의 넘어지는 방향도 오른쪽임을 암시한다. 오른쪽 아래에서 구경하는 사람의 모습이 놀라는 표정과 함께 입을 벌리며 뒤로 물러나듯, 등 뒤 땅을 짚고 있어 알 수 있다. 화가 김홍도가 순간포착을 놓치지 않고 치밀한 구도와 시선을 완벽하게 처리한 명화, 바로 ‘씨름’이다.

 

‘씨름’을 그린 김홍도의 고장인 안산에서 올 가을 팔도제일의 천하장사 승부사가 펼쳐진다. 안산시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화가 단원 김홍도를 활용한 콘텐츠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2022년까지 ‘김홍도 장사 씨름대회’의 안산 개최를 위해 지난 7월 14일 대한씨름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안산시와 대한씨름협회는 차질 없는 준비로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한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기로 했으며, 안산시는 대회장소 제공 등 행·재정적 지원을, 대한씨름협회는 씨름장 설치 등 대회 준비와 진행을 각각 맡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유동적이긴 하지만 ‘김홍도 장사 씨름대회’를 오는 10월에 개최할 예정이다. ‘김홍도 장사 씨름대회’와 더불어 서해 해풍을 맞고 자란 당도 높고 향이 풍부한 대부포도, 그 대부포도로 빚은 그랑꼬또 와인, 그리고 전통방식 그대로 생산되는 동주염전의 천일염, 본오으뜸쌀, 성호 이익 선생이 즐겨드시던 삼두밥상, 상록수 된장마을 등 지역에서 유명세를 타고있는 먹거리를 씨름과 연계하면 안산시 지역상권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보통 우리 고유의 민속경기인 씨름은 지상파TV를 통해 전국 생중계되고 대회유치시 단체장이 직접 지역을 홍보할 수 있는 시간이 할애된다. 안산시의 자연 경관과 관광지, 특산물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한다.

 

다가올 가을에 ‘김홍도 축제’와 연계한 씨름 대회개최로 안산을 방문하는 내방객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뿐 아니라,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으라차차’ 솟아나는 마중물역할이 될 수 있도록 두손 모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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