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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기행] ‘사랑은 월드뮤직을 낳고…’

  • 김여수
  • 등록 2020.07.30 06:55:05
  • 인천 1면

 

 

월드뮤직은 사연 없는 곡이 드물다. 노래 하나가 태어나 세상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월드뮤직’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기가 막힌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곡들이 많다. 대부분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모든 예술은 고통의 처방전이라는데 월드뮤직도 예외가 아니다. 제일 먼저 소개할 곡은 ‘백만송이 장미’. 심수봉씨가 만든 노래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번안곡이다. 그런데 이 한 곡의 노래에 러시아, 조지아, 라트비아 등 세 나라가 얽혀있고 위대한 화가와 시인, 소설가의 격정이 담겨있다.

 

이야기는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 밑에 위치한 조지아에 부모 없이 자라 학교 문턱도 못 밟아본 가난뱅이 화가 니코 프로스마니(1862~1918)가 살았다. 니코는 그의 마을에 순회공연 온 프랑스 여배우 마르가리타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공연이 끝나면 떠나버릴 마르가리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어 고심하던 니코는 그녀가 꽃을 좋아한다는 소문을 듣고 바로 집과 화구, 그리고 피까지 팔아 장미꽃을 사 모은다 그리고 그녀가 묵은 호텔 앞을 백만송이 장미로 뒤덮고 구애했으나 여배우는 ‘마음만 받고’ 조지아를 떠나버린다. 니코는 그와 동시대에 살았던 화가 고흐, 고갱처럼 가난과 고독, 병마에 시달리다 쉰 넘긴 나이에 굶어죽고 만다.

 

이 처절한 사랑 이야기는 국경을 넘어 퍼져나갔고 러시아 소설가 콘스탄틴 파우스토프스키(1892~1968)에 의해 단편으로 만들어졌고 이 소설을 읽고 감명 받은 같은 나라 시인 안드레이 보즈네센스키(1933~2010)에 의해 시로 쓰여진다. 이 시는 발트해 연안국 라트비아의 ‘마리냐가 준 소녀의 인생’이라는 곡에 가사로 입혀지고 이를 가수 알라 푸가체바(1949년 생)가 불러 ‘밀리언 알리 로즈’(Million Allyh Roz) 라는 대히트곡이 탄생된다.

 

삶 전체가 비극이었던 무명화가 니코는 죽은 뒤에야 그림이 재평가되어 국민 화가로 추앙 받게 된다. 지폐의 초상화 인물이 되었고 그의 이름을 딴 와인이 있으며 그가 살았던 마을 시그나기는 ‘사랑의 마을’로 불리며 세계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여기까지 알고 러시아 시인이 지은 노래 가사를 들여다보면 한 줄 한 줄이 아프다.

 

한 화가가 살고 있었네/ 그의 작은 집엔 캔버스가 전부였다네/ 화가는 여배우를 사랑했다네 꽃을 사랑하는 여배우를/ 그는 자신의 집을 팔고 그림들과 피도 팔았다네/ 그리고 그 돈으로 바다도 덮을 만큼 장미꽃을 샀다네/ 백만송이 붉은 장미를 창가에서 그대는 보고 있는지/ 사랑에 빠진 한 사람이 그대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꽃으로 바꾸어 놓았다네

 

‘백만 송이 장미’의 탄생지 라트비아에 가면 거리의 악사가 발트 현악기 캉글래스로 이 노래를 연주해 관광객의 발길을 붙든다고 하는데, 니코 프로스마니의 나라 조지아의 국립박물관에는 그가 마르가리타를 그린 그림이 걸려있다는데. 가보고 싶지 않으신지.

아, 사랑은 노래를 부르고 노래는 여행을 부른다. 라트비아 원곡, 러시아 번안곡, 그리고 니코 프로스마니의 비통한 영이 씌인 듯(?) 부르는 JK김동욱 목소리로 들으며 노래여행으로 대신할 수 밖에!

 

※인터넷창에서 www.월드뮤직.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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