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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숨겨진 '선감학원' 4691명 소년들의 피맺힌 눈물 닦아준다

이재명 지사가 진행하는 경기도식 '역사바로세우기'
우리가 몰랐던 '친일 역사' 공정 기틀 세우고 '독재 역사'도 투영
이재명 "선감학원, 진상조사 철저히 할 것" 약속

 

친일 작곡가가 만든 ‘경기도노래’ 폐기, ‘경기도 중학생 역사원정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취임 후 진행한 경기도식 역사바로세우기의 일환이다.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친일 역사에 대해 ‘공정’을 기틀로 다시 세우고자 함이다. 이같은 역사 바로 세우기는 해방 후 암울했던 독재시절의 역사에도 투영된다. ‘선감학원’. 일제때 세워져 해방 후 1980년대까지 40여년간 강제로 소년들을 끌고와 중노동을 시켰던 그늘 속의 역사다. 이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억울한 죽음. 그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이들에 대한 처우와 공식적인 피해 배상과 사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편집자 주]

 

그늘 속에 숨겨진 아픈 역사 선감학원

 

꽃도 피우지 못한 아이들이 끌려와 맞아 죽고, 굶주림과 중노동에 시달려 죽고, 탈출하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 오는 곳. ‘선감학원’은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의 섬인 선감도에 위치했던 소년 수용소다.

 

일제강점기 말인 1941년 10월 조선총독부 지시에 의해 세워졌다. 당초 설립 목적은 불량배, 걸인, 부랑자 등을 교화시키고 번듯한 사회인, 전사(병사)로 양성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일본이, 총알받이를 비롯해 각종 중노동과 전쟁물자 등을 생산하기 위해 마련된 기본적인 인권 조차 박탈된 곳이 ‘선감학원’이다.

 

1942년 4월 처음으로 200명의 소년이 수용됐고, 이후 대한민국 제5공화국 초기인 1982년까지 40년 동안 운영되면서 약 4691명의 소년들이 생활하던 곳이다.

 

수용된 수 천명의 아이들도 ‘원아대장’이라는 이름의 문서에 기록된 것이 전부다. 대장에는 소년들이 ‘입원’을 한 것이라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대장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단어는 ‘수집’, ‘단속’, ‘검거’, 연행‘이었다.

 

그렇다. 소년들을 강제로 ‘납치’해 갔던 것이다.

 

그 당시 껌장사를 하던 아이도, 구두닦이를 하던 아이도, 아픈 부모를 위해 약을 구하러 나온 아이 등 부모가 있던 없던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라도 상관없이 단지 필요 했던 것은 ‘소년’이었다.

 

이들은 선감학원에 입원해 군대식 규율과 제식 속에 갖은 구타는 물론 중노동까지 해야만 했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탈출을 시도했지만, 거의 대다수가 시신으로 돌아왔다.

 

선감학원에는 선생이라 불리는 이들의 명령과 소년들의 ‘예’ 소리 밖에 없었다.

 

이러한 ‘흑역사’가 세간에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 곳의 피해자들이 원하는 것은 명예 회복과 작은 보상이 전부지만, 관련법 미비로 요원하기만 하다. 이들은 현재도 진실 규명을 위해 끝없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피해자들의 기록 '원아대장'

 

원아대장은 선감학원 입소자들의 입소절차, 입원 전 생활, 사례 등이 기재돼 있다. 원아대장 전수 분석 결과 보고서에는 ‘입원 전 생활’이 기재돼 있다.

 

‘거리에서 생활’과 관련한 내용이 2571건(54.8%), ‘다른 시설에서 전원’이 1511건(32.2%), ‘가정’ 380건(8.1%) 등이다.

 

이 같은 자료만 보면 ‘교화’라는 목적을 두고 진행했다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각 사례별로 구체적 입원 경로를 보면 ‘아이스케키 장사를 하며 모친의 병환으로 인해 약을 사러 가다가 수집 중인 경찰에 적발’, ‘빵집에서 빵을 먹고 있던 중 수집’, ‘수원시청을 구경하는데 직원이 수집’ 등 앞서 말한 대장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단어 ‘수집’, ‘단속’, ‘검거’, ‘연행’ 중 수집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쓰였다.

 

수집은 취미나 연구를 위하여 여러 가지 물건이나 재료를 찾아 모음을 말하는데 입소자들은 ’인간‘ 아닌 ’물건‘ 이었던 것이다.

 

대장 보고서에는 가족 없이 홀로 지내던 입소자 비율은 22.2%(1041명)에 불과했다.

 

부모와 함께 살던 원생 28%(1314명), 한부모 가정 32.4%(1520명), 조부모, 형제, 이모 등 다른 가족이 있던 원생도 17.3%(816명)나 됐다.

 

이 같은 국가의 수집 행위 앞에서 모두가 ’부랑아‘였고, ’연구재료‘ 였다.

 

 

이재명 ‘피해자 신고센터’ 설치, “진상조사 철저히 할 것” 약속

 

지난 5월 21일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거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2006~2010년 조사·활동 후 해산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를 다시 구성해 일제강점기 후 권위주의 통치 시까지 이뤄진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도록 하고 있다.

 

경기도는 법안이 통과되기 전인 지난 4월 16일 안산 선감동 경기창작센터에 선감학원사건 피해자 신고센터를 개소했다. 경기창작센터는 예전 이들이 강제 노역을 했던 곳 인근에 세워졌다.

 

신고센터는 피해 진상조사에 필요한 사례를 최대한 많이 수집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당시 입소자들의 피해 상황을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인정하게 되면 선감학원 입소자들은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도는 앞서 4월 ‘선감학원대책TF팀’을 신설해 ‘선감학원사건 진상조사 특별법’ 제정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 개정안’ 통과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선감학원대책TF팀은 ▲희생자 유해발굴을 위한 사전조사 계획수립 용역 ▲피해지원 및 위령사업위원회 운영 ▲특별법 제정을 위한 행정안전부 방문과 국회 자료제공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비영리민간단체 등록 ▲추모문화제 예산 지원 등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TF팀은 당시 입소자들의 피해 신고를 받고 이에 대한 진술 등의 근거, 증거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특히 피해사실, 선감학원 입·퇴소 상황, 재입소, 경험, 가족관계, 현재 상황 등의 상세한 질문지를 작성해 최대한 근거, 진술, 증거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또 배·보상의 특별법에 근거해 의료·심리치료, 생활비 지원까지 다방면으로 방안을 찾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뿐만 아니라 경기도 차원의 지원책 마련도 생각하고 있다.

 

박찬구 경기도 인권담당관은 “입소자분들의 다양한 피해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며 “올해 12월 개정안이 시행되는 것에 맞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억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경기신문 = 박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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