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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신인류에 발 맞추기 위해

  • 강유진
  • 등록 2020.07.29 06:04:45
  • 인천 1면

 

요즘 10대 청소년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가 간단하다. 코로나가 퍼지기 전 설문 조사에 따르면 아이들이 영화관에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2시간 동안 핸드폰을 볼 수 없기 때문’을 꼽았다. 단 몇 시간일지라도 스마트폰과 떨어져 있어야한다면 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느껴진다. 이 세대가 주류 소비층이 되는 미래엔 극장 산업이 위태로워질 거라는 전망도 있다. 기억이 있던 시절부터 핸드폰과 함께 한 신인류는 기존 세대의 문법과 다른 공식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우리 반 아이들은 2011년생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는 10대 후반들과도 차이가 있는,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세상에 내놓은 지 4년 뒤에 태어났다. 부모의 단호한 의지가 개입된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면 영아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랐다. 살아오면서 휴대폰을 사용한 날보다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은 날을 세는 게 빠르다. 컴퓨터 키보드는 독수리 타법으로 치지만 스마트폰 타자는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칠 수 있다. 무인도에 가져갈 필수품으로 1위로 스마트폰을 꼽는 아이들이 많다.

 

어른들과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 입장 차이는 극과 극을 달린다. 부모님은 아이에게서 휴대폰을 최대한 떨어뜨려 놓고 싶어 한다. 부모님과 교사 중에 아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고운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드물다. 너무 이른 나이에 스마트폰을 접하면 전두엽 발달이 저해되고 충동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는 구체적인 이유를 들며 아이들을 걱정한다.

 

어른들의 걱정과는 반대로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못 보면 고통스러워한다. 접속해서 친구와 게임을 해야 하고, 유행을 선도하기 위해 유투브를 봐야 하며, SNS에 올라오는 소식을 놓쳐서는 안 된다. 온갖 재밌는 것들이 핸드폰 속에 들어 있으니 그 안에서 노는 게 제일 재밌다. 학교와 학원이 끝나고 스마트폰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저녁 시간을 기다리는 친구들이 많다. 현실의 자아 만큼이나 스마트폰 속 세상의 자아가 중요한 아이들이 많다.

 

학교는 이런 아이들에 한참 뒤처져 있다. 교육은 스마트폰과는 거리가 멀다. 수업의 일환으로 영상을 촬영하거나 편집할 때, 혹은 자료 조사가 필요한 수업에서 휴대폰을 검색 도구로 활용하는 수준에 멈춰 있다. 스마트폰, 인터넷 사용 예절이나 중독 방지와 관련된 내용을 주로 가르치고,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교육은 드문 실정이다.

 

며칠 전 정부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살펴보면,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전국 교실에 와이파이가 설치되고, 온라인 교과서 선도 학교 1200개교에는 태블릿 24만대가 지원된다고 한다. 지금은 소수의 학교에서 시범 학년, 시범 과목을 정해 태블릿 전자 교과서를 활용하지만 머지않아 모든 아이들이 전 과목을 전자 교과서 공부하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의 탄생과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은 종이책에 익숙하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포노 사피엔스’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스마트폰을 부정적으로 보는 교육 구성원들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 최신형 태블릿 제공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종이 교과서의 디지털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여전히 스마트폰은 공부에 방해되는 장난감이고, 태블릿은 스마트폰보다 조금 더 큰 놀잇감일 뿐이다. 이런 시각으로 포노 사피엔스 세대와 소통을 시도하면 소통불가 판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신 교육 트렌트가 학습자 중심 교육이라는데 학습자와 단절된 학습자 중심 교육은 형용 모순에 머무른다.

 

2018년 평창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 개막전 시청자 수는 천만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가을, 인천 문학 경기장에서 열린 롤드컵(라이엇 게임즈 사의 게임 롤+월드컵의 줄임말) 결승전 시청자 수는 9960만명으로 1억명에 근접한 사람들이 게임을 지켜봤다.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아이들이 성인이 될 10년 뒤의 세상은 현재 상식이 많은 부분 통하지 않는 곳이 될 것이다. 문명의 전환기가 될지 모르는 시기에 교육이 어디쯤 서 있는지 자꾸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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