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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휘의 시시비비] ‘실거주 1주택’은 죄가 없다 

  • 안휘
  • 등록 2020.08.04 06:00:00
  • 16면

 

집의 기본개념이 ‘거주’에서 ‘투자’로 바뀐 세월이 짧지 않은 나라에서 주택을 둘러싼 새로운 ‘흑백’ 논리, ‘선악’ 편견의 포퓰리즘이 판을 치고 있다. 정치권이 나서서 은연중에 1주택이나 무주택자는 선(善)이고,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악(惡)이라는 이미지를 떡칠하는 데 여념이 없다. 노출되지 않는 천문학적 현금이나 주식 부자는 용서해줄 만하고, 두 채 이상 집을 가진 ‘집 부자’는 용서 못 할 파렴치한으로 몰아가는 이율배반적 여론재판이 판을 친다. 


우리 사회에서 집은 ‘얼마나 빨리 소유하고, 어떻게 부의 축적과 확장으로 연결해 나가느냐’는 개념의, 이른바 퀘스트(Quest·온라인 게임에서 이용자가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임무 또는 행동)로 존재한다는 해석이 있다. 집 평수를 더 늘릴 필요가 없는 사람들의 최종 퀘스트는 집의 자가 증식을 추구하는 ‘투자’ 단계로 나아간다. 투자수익률로는 부동산을 따라갈 재테크 종목이 없는 이상한 나라의 불행한 사이클이다. 


자기 팬티 끈 끊어진 줄 모르고(또는 숨기고) 상대방을 향해 주먹질에 열중하다가 곱빼기 망신을 당하는 인사들이 늘고 있다. 스스로가 다주택자이면서 다른 편 다주택자들을 골라 시시콜콜 물어뜯다가 거꾸로 공격당하는 이들도 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배리(背理)가 흐드러진 세상에서 사람들은 나날이 철면피가 돼가고 있다.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권력자들 자신이 다주택자이면서 부동산 투기를 일소하는 시책을 말하고, 부동산 가격의 고공행진을 막겠다고 장담하는 것은 이율배반(二律背反)이다. 그 모순을 바로잡겠다고 지도자가 나서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권력은 짧고, 부동산은 영원하다’는 상식 때문일 것이다. 시민단체가 나서서 실태를 까발리기까지 하는 여론 압박에 강력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그런데, 마치 고위공직자들이 모조리 1주택자가 되기만 하면 난마처럼 얽힌 부동산 문제들이 다 풀릴 것처럼 호도되는 흐름은 어림없는 현상이다. 정책 당국자들이 시책을 밀고 나가기 위한 전제조건 일부가 충족될 뿐이지 그것 자체가 해법은 아니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신실한 정책을 섬세하게 내놓고 국민을 설득하는 일은 또 다른 문제다. 이 유치한 논란으로 지고 새는 것은 또 하나의 포퓰리즘 광풍일 따름이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임대문화인 전세제도는 ‘투자’ 개념으로 바뀐 주택의 소유로 가는 사다리 역할을 한다. 사람들은 부담스러운 월세에서 전세로 바꾸면서 절약되는 비용을 알뜰살뜰 모아서 유주택자의 꿈을 가까스로 이룬다. 악착같이 아파트 소유주가 되려는 것은 다른 그 어떤 투자보다도 성공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전세 부동산이 사라지는 것은 바로 젊은이들의 ‘내 집 마련’ 내지는 부동산 투자의 사다리가 부서지는 것이다. 


그나마 취직과 대출, 배우자와의 자산 통합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결혼 직전 내 집 마련이라는 퀘스트에 성공하는 비율은 44.7%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남은 55.3%의 실패자들 가운데 67.8%가 전셋집을 구해 퀘스트 통과 가능성을 다소 높이지만 나머지 32.2%는 반전세나 월세를 전전하며 반등을 노린다. 슬프게도, 한국인의 24.7%가 결국 자신의 집을 한 번도 소유하지 못한 채 퀘스트 실패자로 삶을 마감한다.


좀처럼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단지 고가(高價)라는 이유로 ‘실거주 1주택자’들에게까지 해마다 세금을 자꾸만 올리는 일이다. 위정자들도 걸핏하면 ‘보유세 강화’를 부동산대책의 묘방인 것처럼 부르댄다. 정부가 오직 세금 더 걷으려고 해마다 공시지가를 높이고 재산세를 올려붙인다는 의심이 깊다. 실거래가가 아무리 올라도 자기가 사는 집 안방에서 해마다 금덩어리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지 않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다주택이든 1주택이든 실현된 불로소득 매매수익에 세금을 높게 매겨 회수하는 것은 얼마든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단지 소유했다고 ‘실거주 1주택’에까지 시가를 반영해 징벌적 보유세를 해마다 높여 물리는 것은 선동의 산물일 따름이다. ‘실거주 1주택’은 죄가 없다. 부동산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다시 ‘거주’의 개념으로 돌리기 위해서도 ‘실거주 1주택’은 보호돼야 한다. 빠듯한 살림에 세금 내기 위해 적금까지 든다는데, 이게 말이 되나.